ADVERTISEMENT

법정 안에선 "징역24년" 선고, 법정 밖에선 "법치가 죽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강수
조강수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박근혜 피고인을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 원에 처한다.”

 김세윤 부장판사가 6일 오후 3시 50분쯤 '피고인 박근혜' 없는 법정에서 박근혜(66)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 주문을 낭독하자 150석 규모의 417호 대법정을 가득 메우고 있던 방청객들이 일순 술렁거렸다. 한 중년 여성은 "예상보다 중형이 선고됐다"며 가방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들은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오후 3시 50분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KBS 캡쳐]

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오후 3시 50분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KBS 캡쳐]

 이 시각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와 서울구치소에서 면담을 하다가 중형 선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날 법정 안 분위기는 내내 엄숙했다. 오후 2시 10분 재판이 시작되자 카메라 4대가 법정 내부를 생중계했다. 그동안 국정농단 사건 재판 공소유지를 총지휘해온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이례적으로 직접 출석했다. 그는 “끝까지 예를 갖춰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진 부장검사 등 8명의 특수4부 검사들도 나란히 앉아 검찰석을 지켰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유영하 변호사(가운데)가 박 전 대통령을 면담하는 도중 선고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유영하 변호사(가운데)가 박 전 대통령을 면담하는 도중 선고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끝내 법정에 나오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을 대신해 조현권ㆍ강철구 등 2명의 국선변호인이 무거운 표정으로 재판을 지켜봤다. 김 부장판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8개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읽어 내려갔다. 목이 막히는 듯 중간중간 기침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채 100여분 간 낭독을 이어갔다. 지난 2월 최순실(63)씨에 대한 1심 선고 때보다 30분 가량 빨리 끝났다.
 앞서 재판 시작 전엔 일반인 방청객 세 명이 가방 안에 밀가루를 넣은 채 들어오려다 경위에게 걸려 퇴정조치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심 선고 결과를 확인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심 선고 결과를 확인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판결 결과가 나오자 법원 인근에선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근처에서 태극기 집회를 벌이던 약 4000여명(경찰 추산)의 보수단체 회원들은 “말도 안 된다, 개XX” “24년은 인정할 수 없다”며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 여성 지지자들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울음을 터트렸다.
 집회 참가자들 수십 명은 항의의 뜻으로 단체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이 모습을 촬영하던 한 기자는 성난 참가자에게 머리를 얻어맞는 폭행을 당했다. 보수단체 올인코리아 조영환 대표는 ”대한민국 법치가 사망했다”며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도 풀어주자”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중 일부는 바닥에 단체로 드러누워 선고 결과에 대해 항의를 표시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중 일부는 바닥에 단체로 드러누워 선고 결과에 대해 항의를 표시했다.

 이날 오전부터 법원 앞 길가는 집회 참가자들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경찰들로 가득 찼다. 지하철역 출입구를 비롯해 길가를 점령한 채 태극기를 흔드는 지지자들과 출근길을 뺏긴 시민들 간 다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법원 근처 건물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김모(53)씨가 다가가 ”길을 막지 말아달라“고 항의하자 일부 참가자가 김씨의 어깨를 밀쳤고, 겁에 질린 김씨는 황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박사라ㆍ정진호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