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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데이트] 평균 연봉 1억 '신의 직장' 5년 만에 4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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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사람들은 ‘샐러리맨의 신화’라고 말한다. 삼성전자 권오현(66) 회장 이야기다. 월급쟁이인 그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회사에서 받은 보수는 총 621억9400만원. 지난해 받은 돈만 243억8100만원이다. 국내에선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기업 총수가 아니어도 한달 20억원이 넘는 월급봉투를 받을 수 있다는 드라마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한낱 ‘미생’인 직장인들에겐 꿈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 그래서 찾아봤다. 평균 연봉 '억대 회사' 어느 곳이 있을까. 직장인들의 꿈인 ‘신의 직장’은 어디일까.


월급쟁이들의 꿈…억대 연봉 '신의 직장' 24곳

지난해 직원들에게 평균 억대의 연봉을 지급한 ‘꿈의 일터’는 총 24곳이었다. 2013년 6곳 대비 4배나 늘었다. 1위는 KB금융지주. 1인당 평균 급여가 1억27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주회사는 통상 ‘회장님’이 속해 있는 곳으로 자회사를 거느린 ‘컨트롤타워’ 역할만 담당한다. 직원 수도 적다. 그렇다보니 몇몇 고액 연봉자로 인해 1인 평균 급여가 올라간다. 착시효과가 생긴다는 뜻이다. 2013년 억대 연봉을 준 회사 6곳 가운데 4곳, 지난해 24곳 가운데 9곳이 지주회사였다.

이들을 제외한 ‘순수 억대연봉 회사’는 2013년에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 2곳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총 15곳으로, 5년새 7배가 증가했다.

지난해 지주사를 제외한 상장사 중 보수 1위는 부국증권(1억2317만원)이었다. 직원수는 228명, 평균 근속연수가 8.41년이었다.

신입사원 채용 때마다 지원자가 몰리는 삼성전자(1억1700만원)는 지난해 에쓰오일(1억2075만원)에 추월당했다. 하지만 삼성전자(9만9784명)는 직원 수가 에쓰오일(3277명)보다 훨씬 많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급여로만 11조1335억원을 썼다.

평균 연봉 1억원 클럽에 들어간 24개 회사 직원은 총 12만1235명. 이들은 평균 9.57년을 일했고, 급여는 평균 1억1009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만큼은 아니어도 지난해 500대 기업의 50%는 연봉 6000만원 이상을 지급했다. 2013년만 하더라도 이런 회사는 28.2%에 불과했다. 5년 사이 500대 기업들의 급여 지형도가 확 달라진 셈이다.

석유·화학, 증권·금융 강세…기업 부침 반영된 '월급봉투'

지난해 월급봉투를 받고 활짝 웃은 직장인 중에는 석유ㆍ화학과 금융ㆍ증권회사 직원이 많았다.

에쓰오일과 대한유화(1억1600만원), SK이노베이션(1억1100만원)은 고액연봉 석유ㆍ화학 기업의 대표 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비상장사인 SK에너지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1억5200만원에 달했다. 업계 최고액인 동시에 회사 창사 이래 최고액이다. 이 회사 직원들의 80%가 울산 공장에서 근무하는데, 평균 근속 기간이 21.48년으로 업계 최장이다.

정밀화학 회사인 휴켐스(9504만원)와 롯데케미칼(9500만원)ㆍ한화케미칼(9390만원)ㆍ롯데정밀화학(9300만원)도 1억원에 육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라며 “임직원 수가 타 제조업 회사들보다 적은 데다 지난해 시장 활황으로 실적이 좋아 임금인상 요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금융과 증권업에는 전통의 ‘고액연봉’ 회사들이 몰려있다. 메리츠종금증권(1억1657만원)과 NH투자증권(1억900만원)ㆍ교보증권(1억648만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 본사 영업직 남성 근로자의 평균 보수는 2억3748만원으로 상장 500대 기업 가운데 최고액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KTB투자증권(1억3771만)이 1위에 올랐다. 시가총액 500대 기업에는 들지 않는 곳이다.

일시적으로 ‘억대 보수 회사’에 이름을 올린 곳도 있다.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 현대시멘트다. 1969년 현대건설 시멘트사업부에서 독립한 이 회사는 지난해 회사가 매각됐다. 현대그룹을 일군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조카인 정몽선(64) 성우그룹 회장이 경영했지만,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부채비율이 1500%까지 치솟았고, 정 회장은 2015년 경영권 분쟁으로 밀려났다. 집과 선산이 경매에 나오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현대시멘트는 이후 채권단의 관리를 받다 한일시멘트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위로금’이 지급돼, 지난해 보수가 크게 늘었다.

게임회사 가운데선 넷마블게임즈(1억1400만원)가 유일하게 ‘평균 1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경쟁사인 엔씨소프트는 8277만원을 기록했다.

 억대 연봉 '코앞'…동원산업·한온시스템·씨에스윈드 

1억원을 목전에 둔 기업은 총 26곳이었다. 2013년(7곳)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현대자동차(9200만원)와 기아차(9300만원)는 실적 악화로 2013년(각 9400만원) 대비 급여가 줄었다. 반면 자동차 부품회사인 한온시스템(8819만원→9353만원)과 자동차용 축전지를 만드는 세방전지(7947만원→9112만원)는 연봉이 올랐다. 풍력발전 회사인 씨에스윈드(7700만원→9200만원)와 참치로 익숙한 동원산업(4649만원→9300만원)도 5년 사이 급여가 확 늘어났다.

억대 연봉 기업 늘어나는데 …'남의 일'일까

지난해 12월 국세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1774만명의 평균 급여는 3360만원이다. 총 급여액이 1억원이 넘는 사람들은 65만3000명이다. 2013년 41만5000명인 것과 비교해 20만명 늘었다. 국세청의 통계는 2016년 근로소득 연말정산 기준으로, 이번에 공개된 기업 사업보고서와는 시차가 있지만, 급여 차이를 대략 비교해 볼 수는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정책실장은 고액연봉 회사들이 늘어난 이유를 ‘실적 개선’과 ‘호봉제’로 풀이했다. 추 실장은 “2014년부터 악화됐던 기업들의 실적이 2017년 들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5%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로 따라 석유화학 등 실적 개선 기업들이 성과급을 많이 주면서 직장인들의 월급봉투가 두터워졌다는 것이다. 추 실장은 또 “국내 생산직 근로자들의 70%가 호봉제인데, 호봉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급여가 상승하는 구조”라며 “정년 연장 효과와 함께 임금상승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 그래픽=임해든 디자이너, 지혜주·최민희 인턴

남>여 희비의 월급봉투

지구의 절반은 남자, 절반은 여자다. 그런데 일터에선 그 '반반'이 다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여성 근로자의 비율은 41.1%. 728만 9000명에 달한다. 전체 직장인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2013년 39.3%에서 2014년 40%, 2016년에는 41.1%로 증가했다.

하지만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직장인에게 '억대 연봉'을 주는 회사는 없다.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회사 24곳 가운데 여성 근로자가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곳은 KB금융(9500만원)이었다.

최고액을 기록한 메리츠종금증권(본사 영업 남성 2억3748만원)의 여성 인력 연봉은 본사 영업직 기준으로 9750만원에 그쳤다. 2위는 삼성전자(8800만원), 3위는 재보험사인 코리안리(8600만원)와 SBS(8600만원)였다. 5위는 메리츠금융지주(8595만원), 6위는 SK텔레콤(8000만원), 7위는 현대시멘트(7800만원)이 각각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7700만원), 하나금융지주(7600만원), 신한지주(75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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