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연 "백가쟁명"|―기본방향정립위한 공청회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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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문교부가 지난 4월 학계·언론계인사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발전을 위한「7인 발전연구위」를 구성, 2개월만에 내놓은 개편시안이 안팎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20일 학술원 회의실에서 열린「정문연 기본방향 정립을 위한 공청희」도 이러한 분위기를 그대로 표출, 공청회를 마련한 문교부측의 의도와는 달리 개편방향에 대한 뚜렷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공청회에서 첫토론자로 나선 김철준교수(서울대)는『「개편안」이 개편을 위한 과감한 방안을 내놓지 못한것 같아 유감』이라고 소감을 표명하고『지난해 10월 소장교수들의 개편요구가 내부적으로 수용되지 못한 것은 정문연이 동맥경화증에 걸린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정문연의 문제는 학문을 이데올로기로 이용하려는 자세에서 비롯된것』이라며『정치와의 연관을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발전연구위의 개편안에 명시된「정문연의 자율적인 연찬은 실시한다」는 단서에 의구심을 표명한 것으로 이날 토론에 참가한 7명중 정문연에 재직중인 이기원교수(연구부장)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반대견해를 보였다.
또「정교연」명칭의 당분간 사용안에 대해서도 토론자들은 대부분이 즉시 명칭변경을 주장,「한국문화연구원」「한국인문사회과학원」「한국학 연구원」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같은 명칭변경주장은「정신」이란 표현이 순수학술연구기관에는 어울리지 않으며「정문연의 정치적 이용수단이 되어왔던 국책연찬기능을 폐지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근거한것.
그밖에 토론자들은 조직·기구개편과 대학원의 존폐, 축소·확대여부등에대해 제각기 다른 의견들을 내놓았다.
공식토론에 이어 열린 방청인 토론에서는 정문연의 집행부측과 개편요구서명교수들 사이에 연찬기능의 존폐여부를 놓고 다소 격앙된 토론이 오갔는데 서명교수와 대학원학생들은 발전연구위의 개편안에 대해 호된 성토를 가했다.
이날 공청회 장소에는 대학원의 명칭변경과 설립당시체제로의 환원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성명서와 정문연대학원 동문일 동명의의「정문연 개편에 관한 우리의 견해」라는 성명서도 배포됐다.
한편 공청회가 끝난 다음날 정문연의 노동조합은 정문연의 파행적 운영을 밝히는 올해 정문연 예산편성내역을 공개하고▲정문연의 정상운영에 장애가 되는 이사회의 재계출신 임원들을 학계인사로 바꿀것▲문교부의 예산편성 개입배제와 자율성확보를 위한 기금조성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문연의 개편이 이렇듯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정문연을 관장하는 문교부의 권위주의적 관료행정풍토에 기인한다. <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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