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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투혼 불사른 '일본 킬러' 김원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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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이스하키 김원중은 올 시즌 아시아리그 우승을 이끌며 MVP를 받았다. 지난 2일 안양에서 만난 김원중은 진중했다. 안양=강정현 기자

아이스하키 김원중은 올 시즌 아시아리그 우승을 이끌며 MVP를 받았다. 지난 2일 안양에서 만난 김원중은 진중했다. 안양=강정현 기자

“축구선수 박지성처럼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MVP 김원중

한국아이스하키계에선 김원중(34·안양 한라·사진)을 평가하는 말이다.

아이스하키 실업팀 한라 포워드 김원중은 지난달 31일 끝난 2017~18시즌 아시아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을 우승(3승1패)으로 이끌었다. 오지 이글스(일본)를 상대로 챔프전 1차전에서 해트트릭(3골)을 기록했고, 2차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트렸다. 아시아리그 사상 첫 3연패이자 통산 5번째 우승의 주역 김원중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003년 출범한 아시아리그는 한국 3개 팀·일본 4개 팀·러시아 1개 팀 등 8개 팀으로 운영된다.

아시아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뒤 MVP에 선정된 김원중. [사진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

아시아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뒤 MVP에 선정된 김원중. [사진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

김창범 한라 사무국장은 “김원중은 도호쿠 프리블레이즈(일본)와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해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다섯 차례나 구토하면서도 끝까지 뛰었다. 챔프전 3차전에선 오른손목 인대가 부분 파열됐는데, 진통제를 맞고 4차전에 나섰다”고 전했다. 2일 안양 아이스링크에서 만난 김원중은 “아이스하키 선수라면 누구나 부상을 안고 뛴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라 주장 김원중은 궂은일을 도맡아한다. 자신보다 동료들을 빛나게하는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안양=강정현 기자

한라 주장 김원중은 궂은일을 도맡아한다. 자신보다 동료들을 빛나게하는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안양=강정현 기자

김원중은 아시아리그에서 2007년부터 12시즌째 뛰었다. 하지만 늘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까웠다. 고려대를 졸업한 김원중은 2006년 12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마지막에야 호명됐다. 가까스로 한라에 입단했지만 입단 동기 중 현재 국가대표팀에서 주축 선수로 뛰는 건 그뿐이다.

김원중은 팀에서 주력인 1~2라인이 아니라 3~4라인에서 뛰었다. 그런데 올 시즌 4강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1라인 라이트윙으로 뛰었고 숨겨왔던 득점력을 뽐냈다. 2012년 이후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서 골을 터트렸다. 해트트릭도 처음이다. 매 피리어드가 끝나면 주장인 그는 출입구로 달려나가 동료들과 일일이 주먹을 맞댔다.

아이스하키 한라 김원중.[사진 한라]

아이스하키 한라 김원중.[사진 한라]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김원중이지만, 2015년에는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그는 당시 자비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 네덜란드에 날아갔다.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봤다. 그는 “동료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지금은 백지선 대표팀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김원중이다.

김원중은 “나는 골게터도 아니고 게임 리딩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평창올림픽 당시) 주연보다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조연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원중 별명은 ‘일본 킬러’다. 이번 아시아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일본 팀을 상대로만 4골-1어시스트를 올렸다. 지난해 2월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도 일본전에서 골을 터트렸다.

김원중은 일본팀과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일본킬러라 불린다. 김원중이 한라 신인 시절엔 일본 실업팀에 10골 차 이상으로 졌다.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대표팀과 경기를 치를 땐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된다는 각오로 임한다. 안양=강정현 기자

김원중은 일본팀과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일본킬러라 불린다. 김원중이 한라 신인 시절엔 일본 실업팀에 10골 차 이상으로 졌다.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대표팀과 경기를 치를 땐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된다는 각오로 임한다. 안양=강정현 기자

김원중이란 존재가 대중에게 알려진 건 2014년 공개된 ‘피겨퀸’ 김연아(28)와의 열애 소식이다. 그는 그해 군 복무 중 근무지 이탈로 물의를 빚었다. 무릎도 수술했다. 아직도 김원중 기사에는 악플이 달린다. 그는 “다 내 잘못이다. 주위에서 멘털 ‘갑’이라고 하지만, 가족을 생각하면서 아이스하키를 열심히 묵묵히 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34세(1984년생)의 나이는 아이스하키 공격수로는 환갑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다음 달 세계선수권(월드챔피언십) 국가대표 발탁이 유력하다. 김원중은 “중1 때 뒤늦게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체력 전문가 얘기로는 ‘운동 시작이 늦으면 그만큼 더 뛸 수 있다’고 하더라. 언제 은퇴할지 모르겠지만, 지치지 않고 죽어라 뛰는 한결같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양=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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