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굿모닝 내셔널]일제때 쌀창고에 30만명 모인 까닭은…‘창업요람’ 된 ‘청춘창고’

중앙일보

입력

순천 ‘청춘창고’에 입주한 젊은 사장들이 2층 복도에 모여 개장 1주년을 자축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순천 ‘청춘창고’에 입주한 젊은 사장들이 2층 복도에 모여 개장 1주년을 자축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을 낀 전남 순천은 정원(庭園)의 도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생태의 보고(寶庫)인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순천만 정원’에 매년 600여만 명의 탐방객이 몰린다. 이곳은 2013년 4월 국내 첫 국제정원박람회를 치른 뒤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이 됐다.

순천 ‘청춘창고’, 1년간 전국서 청년 몰려 #식음료점포에 문화공간 갖춘 ‘핫플레이스’ #임대료 1만원에 영업·홍보 ‘원스톱 지원’ #‘창업 인큐베이팅’…옛 양곡창고의 변신

국내 최대 인공정원인 ‘순천만 국가정원’ 주변에는 볼거리·체험거리가 많다. 111만㎡(약 33만5000평)인 국가정원에서 5㎞ 떨어진 순천만을 비롯해 낙안읍성과 송광사·선암사 등이 있다. 국내 1호인 ‘기적의 도서관’과 ‘기적의 놀이터’ 등도 순천을 대표하는 미래형 체험 공간이다.

초상화 전문점인 ‘시선 팩토리’ 운영자 권지선씨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초상화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초상화 전문점인 ‘시선 팩토리’ 운영자 권지선씨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초상화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최근에는 순천을 방문한 젊은이들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한 곳 더 늘었다. 순천역 인근에 있는 낡은 창고를 개조한 ‘청춘창고’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순천농협의 양곡창고를 청년들의 창업·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젊은이들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청년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순천의 새로운 명소가 됐다.

청년들의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인 창고는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르다. 지은 지 80여 년이 된 낡고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건물 안에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994㎡(약 300평)의 창고 안에는 철판 아이스크림과 햄버거, 초밥, 카레 가게 같은 식음료 점포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가게 곳곳에 입주한 커피숍과 도자기, 인테리어 조명, 디자인 관련 점포도 방문객들을 맞는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순천농협의 옛 양곡창고를 리모델링한 순천 ‘청춘창고’. 프리랜서 장정필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순천농협의 옛 양곡창고를 리모델링한 순천 ‘청춘창고’. 프리랜서 장정필

양초를 이용한 캔들 소품과 초상화 그리기, 차(茶) 전문점, 네일아트 가게도 청춘창고를 대표하는 공간이다. 젊은 업주들이 각 분야의 특색을 살려 가게를 운영한 게 전국적인 입소문을 탔다. 이곳은 개장 후 1년간 전국 22개 단체가 벤치마킹차 방문을 한 것을 비롯해 30만 명의 젊은이들이 청춘 창업의 새로운 모델을 체험했다.

청춘창고에는 식음료 15곳과 공예 관련 점포 7곳 등 22곳이 입주해있다. 총 30명의 창업자들이 지난해 2월 입주한 후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과 일요일 오전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전국에서 방문객이 몰리는 탓에 오후 11시까지 연장 영업을 하고 있다.

‘청춘창고’를 찾은 젊은이들이 1층 식당가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 순천시]

‘청춘창고’를 찾은 젊은이들이 1층 식당가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 순천시]

지난 2월 초상화 전문점인 ‘시선 팩토리’를 을 연 권지선(27·여)씨는 “창고를 찾은 손님들이 ‘이런 곳이 있었냐’며 놀랄 때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며 “손님 개개인의 매력을 살린 젊고 산뜻한 초상화를 그려줌으로써 젊은 고객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청춘창고의 최대 매력은 월세 1만원 대의 초기 자본으로 창업에 대한 전문 지식과 현장에서 필요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만19세 이상 만39세 이하 사업가들이 연간 13~16만원을 주고 최장 2년간 2.5~3평의 점포를 임대해 운영한다.

캔들(양초) 전문점인 ‘달아, 올라(Dala,Hola)’를 찾은 손님들이 양초를 이용해 만든 케익과 빵 모양 소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캔들(양초) 전문점인 ‘달아, 올라(Dala,Hola)’를 찾은 손님들이 양초를 이용해 만든 케익과 빵 모양 소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업주들은 창업 마케팅부터 세무·회계·광고·안전관리 등 청춘창고 측의 교육을 발판 삼아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허범행 순천시 일자리창출팀장은 “청년실업 9.8% 시대를 맞아 젊은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창업 교육과 입주 여건, 지원 프로그램을 확충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창업에 부담을 느낀 업주들은 지인들과 함께 가게를 열기도 한다. 네일아트 전문점인 ‘다이아 레일(DIA NAIL)’은 학원 강사와 수강생이 의기투합한 케이스다. 미용학원에 다니던 민신애(29·여)씨가 당시 강사였던 강다인(28·여)씨에게 공동 창업을 제안해 함께 문을 열었다.민씨는 “마음이 통하는 동생이자 풍부한 미용 기술과 경험을 갖춘 스승과 힘을 합쳐 지난해 9월 가게를 오픈했다”며 “창고에서 해주는 창업과 운영 관리 노하우 등도 점포를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청춘창고’를 찾은 젊은이들이 지난달 22일 열린 방송인 유병재씨의 ‘실패학콘서트’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순천시]

‘청춘창고’를 찾은 젊은이들이 지난달 22일 열린 방송인 유병재씨의 ‘실패학콘서트’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순천시]

순천역이 가깝고 주차장과 숙박업소가 풍부한 것도 청춘창고 열풍에 한몫했다. 청춘창고 인근은 연간 12만 명의 ‘내일러’(철도 ‘내일로’ 티켓 여행자)가 찾아온다. 이들은 순천역에서 500m가량 떨어진 창고를 둘러본 뒤 인근에 있는 ‘순천만 정원’이나 낙안읍성 등으로 향한다. 창고 주변에 있는 10여 곳의 게스트하우스는 이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전국에서 모여든 청년들은 이곳에서 창업 노하우를 배우고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고 있다. 창고 중앙에 자리한 ‘오픈 스튜디오’와 ‘이벤트 스테이지’, ‘미팅 큐브’ 등이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는 지난 1년간 총 127건의 문화·공연 이벤트가 열렸다. 창고의 자체 축제인 ‘청춘 페스티벌’과 노래자랑, 버스킹 공연이 주말·휴일을 중심으로 수시로 열린다.

‘청춘창고’를 찾은 젊은이들이 1층 로비에 앉아 대화를 하거나 책을 보고 있다. 창문 밖으로 ‘청춘창고’ 옆을 지나가는 기차가 보인다. [사진 순천시]

‘청춘창고’를 찾은 젊은이들이 1층 로비에 앉아 대화를 하거나 책을 보고 있다. 창문 밖으로 ‘청춘창고’ 옆을 지나가는 기차가 보인다. [사진 순천시]

올해 3차례 진행된 ‘실패학 콘서트’는 청춘창고의 간판 프로그램이 됐다. 청년들부터 은퇴자까지 전 세대에게 창업에 대한 꿈과 좌절, 성공에 관한 스토리를 진솔하게 전달하는 이벤트다. 지난 1월 방송인 홍석천씨의 첫 콘서트를 시작으로 2월에는 인기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청춘창고를 찾은 관객들을 상대로 강연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방송인과 작가로 활동 중인 유병재씨가 실패 속에서 성공의 길을 찾는 방법을 놓고 얘기를 나눴다. 유씨는 이날 자신의 실패 경험과 무명시절을 극복한 비결을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내 박수갈채를 받았다.

방송인 유병재씨가 지난달 22일 ‘청춘창고’에서 열린 ‘실패학콘서트’ 행사장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순천시]

방송인 유병재씨가 지난달 22일 ‘청춘창고’에서 열린 ‘실패학콘서트’ 행사장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순천시]

아이스크림가게인 ‘롤 펜(Roll Pan)’ 운영자인 강신우(28) 청춘창고 입주자 대표는 “폐업이나 실패의 경험처럼 본인이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현장의 법칙을 미리 깨우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라며 “창업을 위한 연습과 실전, 상생의 문화를 접목한 따뜻한 청춘창고를 만드는 게 모든 입주자의 꿈”이라고 말했다.

순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청춘창고’에서 500m가량 떨어진 순천역 광장. LED조명으로 만든 ‘오기만해!! 너도 청춘’이라는 문구가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프리랜서 장정필

‘청춘창고’에서 500m가량 떨어진 순천역 광장. LED조명으로 만든 ‘오기만해!! 너도 청춘’이라는 문구가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프리랜서 장정필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순천농협의 옛 양곡창고를 리모델링한 순천 ‘청춘창고’. 프리랜서 장정필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순천농협의 옛 양곡창고를 리모델링한 순천 ‘청춘창고’. 프리랜서 장정필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순천농협의 옛 양곡창고를 리모델링한 순천 ‘청춘창고’ 전경. [사진 순천시]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순천농협의 옛 양곡창고를 리모델링한 순천 ‘청춘창고’ 전경. [사진 순천시]

네일아트 전문점인 ‘다이아 레일(DIA NAIL)’ 운영자인 민신애씨가 손님의 손톱 위에 무늬를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네일아트 전문점인 ‘다이아 레일(DIA NAIL)’ 운영자인 민신애씨가 손님의 손톱 위에 무늬를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순천 ‘청춘창고’에 입주한 젊은 사장들이 2층 복도에 모여 개장 1주년을 자축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순천 ‘청춘창고’에 입주한 젊은 사장들이 2층 복도에 모여 개장 1주년을 자축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관련기사

 굿모닝 내셔널 더보기

굿모닝 내셔널

굿모닝 내셔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