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서초동시대」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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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15법관성명」사건으로 김용철대법원장이 임기중 물러났다. 새헌법에 따라 새사법부의 구성이 불가피했었지만 이번 성명사건은 사법부의 개편폭을 훨씬 넓게 하고 새시대를 맞은 법관들이 스스로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주화시대 법관들의 달라져야할 점은 무엇인가.
대법원판사를 지내고 대법원장감으로 거명되고 있는 한 원로 변호사는 서슴지 않고「사법적극주의」를 주장했다.
사법적극주의의 가장 전형적인 예는 일본 최고재판소의「일이사건」.
담배공장 공원이 담배 1개비 (당시 값이 1이로 이는 일본 당시화폐의 최소 단위) 를 훔쳐나오다 적발돼 절도죄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1, 2심은 절도가 분명하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최고재판소는 절도의 목적인 재물로 볼수없는 1이로 한 국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인권유린이란 취지에서 무죄판결을 내렸던것.
실정법이 사회발전·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법원이 틀에 얽매이지 말고 법의 해석을 통한 창조기능까지 해야한다는 것이 사법 적극주의 이론이다.
법관들 사이에서는『그동안 법관들의 소극적 법운용이 사법부의 불신을 초래한 원인중의 하나』라는 자성론도 있었었다.
이때문에 이변호사는 대법원이△법의 해석에서 외부압력을 극복해야 하고△정의를 법해석의 기준으로 삼아야하며△기본권과 관련된 사건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하는 능동적 자세가 필요 하다고 주장했다.
김상철변호사는『법원이 99%는 일을 잘하면서도 단 1%의 시국·공안사건 처리때문에 국민들에게 실망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법부 신뢰회복올 위해서는 첫째 법의 해석·적용에서 형식논리를 탈피하고 시대의 방향과 정신이 담긴 살아있는 판결을 해야하고, 둘째 사법부의 관료화를 막고 법관직에 대한 소명의식과 직업윤리를 확립해야하며, 세째 정치권·검찰권등 기타 공권력과 재야 법조계등과의 관계에서 사법부의 권위를 확립하고, 네째 정치·사회적 집단은 사법부의 판결·결정에 대해 인내하고 존경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야 법조계에서는 사법부의 예산독립도 시급한 과제중의 하나로 손꼽고 있다.
가장 쉬운 예가 사법특별예산으로 짓고 있는 서초동 법원청사로 8년째 공사가 진행중인데 서대문에 새로 지은 치안본부 건물이 2년여 걸린것과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수 있다는 것.
김용철대법원장의 고별사처럼「한 시대가 가면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법」이다.
이제 사법부는 거듭 태어나면서 내년에는 서초동 새청사로 옮기게 된다.
대지 3만여평에 건평 2만7천여평, 지하3층·지상20층의 초현대식 건물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사법부도 그동안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민주화시대의 새청사에서 온국민들의 박수를 받는 제위치를 찾아야 할것이다.<끝><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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