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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최저임금 아우성인데 … 정부는 내년 또 올릴 절차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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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2019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해 달라”고 지난달 30일 요청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6월 29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고용부, 최저임금위에 심의 요청 #노동계 “두 자릿수 인상 유지해야” #재계 “상여금·수당 포함 법 개정부터” #지방선거 맞물려 노동계 입김 클 듯 #최저임금위 27명 중 25명 임기 만료 #정부 임명 공익위원 누가 될지 변수

이번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변수가 많아서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16.4%)된 올해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반발이 거세고, 고용시장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지방선거도 치러진다. 정치권의 이해타산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위원 대부분이 교체된다. 위원은 정부가 위촉한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진영 논리가 개입할 수 있는 이유다. 최저임금 제도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제도 개선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최저임금 심의가 겉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임기 3년 내(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다. 노동계는 이 공약 이행을 위해 이번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인상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에 상여금 등을 포함하는 제도 개선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민주노총은 지난달 24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국노총도 조만간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노총은 국회에서 논의하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와 같은 제도 개선에 대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 불참을 비롯한 강경한 대응 방침을 피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인상 폭이 커지면 고용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고, 자칫하면 회복할 수 없는 시장 교란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신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산입 범위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소폭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고 연봉 4000만원이 넘는 대기업 정규직까지 최저임금 위반이 되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와 달리 최저임금과 관련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심지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사실조차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둘러싼 영세 상공인의 반발과 고용시장 위축 같은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는 시장의 반발 이외에 다른 변수도 많다. 우선 김성호 최저임금위원회 상임위원(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 1명을 제외하고 위원 25명의 임기가 이달 23일 자로 만료된다. 최저임금 위원은 노사와 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실제 심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새로 꾸려진 이후인 5월부터 진행될 전망이다.

위원 교체와 관련해 주목되는 건 공익위원이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노사단체가 추천한 사람을 고용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공익위원은 고용부 장관이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 정부가 임명한다는 얘기다.

공익위원은 노사가 대립할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익명을 요구한 공익위원은 “시급 1만원 기조에 따라 대폭 인상을 꾀한다면 진보진영 인사를 공익위원으로 대거 위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로 공이 넘어간 최저임금 제도 개선 문제도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되고 업종별 차등 적용제도가 시행되면 인상률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제도 개선이 안 되고 현 제도를 그대로 적용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시장의 반발이 클 수 있다. 최저임금 심의 결정 직전인 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도 심의 과정에서 무시 못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늦어도 5월 말까지는 제도 개선이 마무리돼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치권이 노동계의 눈치를 본다면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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