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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의원과 민주당 당직자들 술값 대신 명함 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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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주요 당직자들이 기자들과 술을 마신 뒤 술값을 지불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 구설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등에 따르면 박범계(대전 서을) 국회의원과 대전시당 당직자 2명은 기자 7명과 함께 지난 29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한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곳의 음식값은 1인당 최하 2만 5000원이다. 식사를 마친 박 의원과 당직자, 기자들은 인근 호프집으로 이동해 2차 술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박범계 의원을 포함한 당직자들은 술값(약 16만원)을 계산하지 않았다.

지난 29일 대전지역 기자들과 저녁 뒤 호프집에서 술값안내 #"신용카드 한도 초과여서 못냈지만 다음날 갚았다" #호프집 주인 SNS에 올리고 "대한민국 상류층 현주소"라며 개탄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상류층의 현주소다. 부끄럽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A씨는 글에서 "(29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박모 의원 하고 9명이 와서 외상을 달고 갔다. 음식점 와서 9명이 20만원도 안 되는 돈을 외상하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봤는데 언제 봤다고 무슨 신용이 있다고 배짱으로 다음 주 화요일에 와서 준다는 건지"라며 "안된다고 하니 자기들은 명함으로 사는 사람들이니까 믿으라고 했다. 당에서 나중에 와서 주겠다. 꼭 믿으라며 당당하게 명함을 주고 (가게를) 나갔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A씨는 글을 삭제했다.

[사진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사진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전시 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 A씨 가게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14조 정당 및 후보자의 가족 등의 기부행위 제한 여부를 조사중이다. 대전시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위반 여부를 검토해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고발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해명자료를 내고 "19일 오후 7시 박범계 대전시당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전 7개 언론사 정치부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현 정국 관련 민심과 여론 등 현안을 논의했다"며 "이날 간담회는 공직선거법 제112조(기부행위의 정의 등)에 따른 정당의 대표자가 개최하는 정당의 정책개발을 위한 간담회 및 토론회다. 당 경비로 식사류의 음식물 제공이 가능하다는 조항에 따라 만찬을 겸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담회 이후 호프집 미팅을 연이어 열었고 사무처장이 비용을 계산하려다 카드 사용이 안 돼 불가피하게 외상했다. 다음날인 30일 오후 술값을 지불했다"며 "박 위원장은 호프집에서 좀 일찍 먼저 자리를 떠서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역 기자들과 지역 현안과 오는 6월 지방선거 전망 등을 논의한 자리였다”며 “사무처장 카드가 한도 초과여서 어쩔 수 없었고 다음 날 기자들과 돈을 모아 술값을 냈다”고 했다.

대전시와 더불어 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가 지난해 11월 대전시청 5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 박범계 더민주 대전시당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전시와 더불어 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가 지난해 11월 대전시청 5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 박범계 더민주 대전시당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박 의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비판을 달게 받겠습니다. 지역 언론인들과의 소통차원에서 시당이 자리를 만들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두가 시당위원장으로서 제 책임입니다”라고 사과했다. 박 의원은 “시당 당직자가 외상 운운에 명함을 내밀고 한 건 매우 적절하지 않은 처사로 여겨집니다. 관리책임자로 책임의 일단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카페 주인께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박 의원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질 않았다.

이에 대해 변호사 A씨는 “간담회를 할 수는 있지만 2차 호프집까지 간 것으로 미루어 비용을 따져보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 위반 소지도 있다”며 “집권당의 책임있는 당직자들이 술값까지 외상하는 것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 어려운 행태”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내고 "대전시선관위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선거법의 엄정한 집행을 촉구한다"고 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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