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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4월 3일 첫 지방 공휴일에 쉬는 사람 없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제주4·3평화공원에 전시된 '비설(飛雪)'은 1949년 1월 초토화 작전이 벌어질 때 당시 25세 였던 변병옥(제주시 봉개동) 여인과 그의 두살난 딸이 거친오름 동쪽 기슭 눈속에서 희생된 시체로 발견된 바 그 모녀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사진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평화공원에 전시된 '비설(飛雪)'은 1949년 1월 초토화 작전이 벌어질 때 당시 25세 였던 변병옥(제주시 봉개동) 여인과 그의 두살난 딸이 거친오름 동쪽 기슭 눈속에서 희생된 시체로 발견된 바 그 모녀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사진 제주4·3평화재단]

제주도는 지난 21일 전국 최초로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일을 지방 공휴일로 지정해 공포했다. 하지만 실제 휴일의 기능은 하지 않는 ‘선언적 의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공휴일에 실제로 쉬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4월 3일에 제주도에서 근무하는 전 공무원은 쉬지 않고 비상근무를 해야 한다. 전성태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첫 시행에 따른 도민 혼선과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근무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28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제주4·3 특별법 조속 통과 등을 요청하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28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제주4·3 특별법 조속 통과 등을 요청하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부지사가 이 같은 방침을 밝힌 것은 이유가 있다. 4‧3 지방 공휴일 지정으로 공무원들만 특혜를 누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4‧3 추념일의지방 공휴일 지정 조례에 따른 지정대상은 제주도 및 하부기관, 합의제 행정기관, 도의회 공직자로 국한됐다. 국가직과 일반 사기업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제주도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이에 따라 4월 3일 제주도 및 하부기관(직속기관, 사업소, 행정시, 읍면동), 도의회, 합의제 행정기관은 평상시와 같이 행정 공백 없이 운영된다. 중앙사무 연계를 비롯해 인·허가 민원 처리, 민원서류 발급, 생활불편 및 안전에 관한 사항 등 대민업무는 정상적으로 처리된다. 법정 처리기한이 있는 민원의 경우에도 지방 공휴일 적용에 따른 기간 연장 없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전 부지사는 “민원처리 요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직자들은 이날 4·3 유적지 역사 탐방 등 추모행사에 참여하도록 해 4·3에 대한 역사 인식을 공유하도록 하겠다”며 “도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4·3 희생자 추념과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 하는 등 올해 70주년을 맞아 지방 공휴일 지정 취지를 살리는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주도는 정부의 조례 재의 요구에도 지난 20일 도의회 만장일치 재의결, 21일 도지사의 지정으로 4‧3 추념일을지방공휴일로 정하는 조례 공포 절차를 밟았다. 국내에서 조례로 지방 공휴일을 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4·3 추념일인 매년 4월 3일을 지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인 인사혁신처는 4·3 희생자 추념일의지방 공휴일 지정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지방 공공기관 휴무에 따른 혼란과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조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도 중앙정부에서 조례 재의 요구를 하거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8일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도민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회에 제출된 4·3 특별법 개정안 조속 통과와 함께 4·3 희생자 추념일의지방 공휴일 지정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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