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정위는 경쟁 촉진에 전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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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취임 이후 침묵을 지켜오던 권오승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에 맞게 선진화해야 하며 대기업집단 시책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공정위 창립 25주년 기념식에서다. 그는 또 "모든 경제활동이 정부의 개입과 사업자들의 경쟁제한 행위가 없는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실패가 있는 곳에 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공정위의 업무 개편과 대기업정책의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권 위원장이 거론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출자총액제한제도 같은 불필요한 규제부터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공정위는 경쟁 촉진과 소비자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대기업 규제 업무에서 손을 떼기 바란다. 기업의 지배구조나 출자의 적정성 여부를 가리는 일을, 경쟁정책을 담당하는 공정위에서 관장해온 것 자체가 기형적일 뿐만 아니라 국제규범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이 시장원리에 따라야 하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언급도 주목된다. 이는 정부 개입 확대로 일관해온 이 정부의 코드와 달라 보인다. 그러나 시장원리야말로 글로벌 스탠더드요, 시대의 대세다. 다만 이 정부가 그 흐름에 역행해 왔을 뿐이다. 시장경제원리를 강조하는 권 위원장이 소신대로 공정위의 역할을 바로잡고, 대기업정책의 변화를 주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