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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공천 철회하라” 공천잡음 커지는 한국당

중앙일보

입력

자유한국당 창원시 5개 당원협의회 책임당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당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창원시장 공천 철회를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창원시 5개 당원협의회 책임당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당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창원시장 공천 철회를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낙하산 공천 즉각 철회하라” “창원시장 공천 ‘경선’을 실시하라”

당 내 중진 등 “누가 이 당을 공당으로 보겠나” #홍준표 대표 “공천잡음은 결국 잡음으로 끝난다”

3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 수십명이 시위를 벌였다. 한국당 경남 창원시 당원협의회 책임당원들이었다. 이들은 한국당의 창원시장 공천을 사천(私薦)이라고 주장하며 ‘홍준표 당 대표의 각성’을 요구했다.

같은 시간 당사 6층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비공개로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인구 100만명 내외의 대도시 중점전략특별지역 5곳에 대한 우선추천(전략공천) 의결을 시작했다. 전략공천 지역엔 창원이 포함됐는데, 공천 후보로는 안상수 현 창원시장이 아닌 조진래 전 경남 정무부지사가 내정됐고, 만장일치로 최종 의결됐다. 그는 홍 대표가 경남지사를 지낼 때 함께 근무한 측근이다.

한국당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결과를 속속 발표하면서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창원시장 사천 논란이 거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4~25일 창원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7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창원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안 시장은 20.0%로 전체 후보 중 1위였다. 반면 조 전 부지사는 1.3%로 크게 뒤진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p수준이며, 응답률은 16.3%(유선전화 10.6%, 무선전화 18.8%).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이 때문에 안 시장은 “공천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경선을 배제한 공천을 한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국당에서 지방선거를 준비하던 후보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일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부산시장 후보로 서병수 현 시장을 전략공천하기로 한 당의 결정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신용한 전 박근혜 정부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장관급)도 충북지사 전략공천설에 반발해 탈당계를 내고 바른미래당에 입당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을 신청한 김정기 전 중국 상하이 총영사는 서울이 우선추천(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되자 “전략공천 예정이었다면 서울시장 후보는 왜 공모했나. 정치 사기 아닌가”라고 홍 대표를 비판했다가 제명이 결정돼 이의제기 절차를 밟고 있다.

광역단체장 자리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의회에서도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홍 대표가 자치단체 의회 의장들은 같은 직급 지자체에서의 재출마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초자치단체 A시 의회 의장은 A시 의원으로 재출마할 수 없고, A시장 또는 광역자치단체 의원급 이상으로만 출마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반발해 정경효 양산시의회 의장 등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지면서 당 안팎의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공천이 너무 홍 대표 친소 관계로 결정된다는 우려가 당내에 파다하다”며 “측근들이 속속 주요 자리에 당협위원장 또는 공천 후보로 선택되는 것도 그렇고, 창원시장 여론조사 1위인 안 시장을 빼고 측근을 넣은 건 반홍(반홍준표) 세력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비난할만한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이 당을 공당으로 보겠나. 공당 포기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충청권 지역 한 인사도 “홍 대표가 공천에서 자신의 잠재적 경쟁상대를 배제할 거라는 얘기가 이미 몇달 전부터 돌았다”며 “이제 그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천 논란과 관련해 홍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공천에 반발이 없다면 그것은 죽은 정당”이라며 “결국 공천잡음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대부분 雜音(잡음)으로 끝난다”고 적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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