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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의 새별 '클래식 한류'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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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32회째를 맞은 올해 중앙음악콩쿠르에는 337명의 음악도가 참가해 7개 부문에서 열띤 경연을 펼쳤다. 18명의 입상자 중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유학파들이 4명이나 입상했다. 이 밖에 서울대.연세대(각 2명), 서울예고.중앙대(각 1명) 출신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31일 호암아트홀에서 막을 내린 콩쿠르의 입상 소감, 심사평, 본선 심사표를 싣는다.

◆ 작곡 김택수

성가대에서 편곡 활동한 게 도움

"콩쿠르에는 난생 처음 도전해 보는 겁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요. 따뜻한 격려로 알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곡 부문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에 입상한 김택수(26)씨는 서울과학고,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편입해 서울대 작곡과 4학년에 재학 중. 서정은.전상직 교수를 사사했다. 어렸을 때 바이올린을 배우다가 가정 형편으로 포기했다가 뒤늦게 음악으로 전공을 바꿨다. 입상작'P/A/R/T'는 테너와 현악 4중주를 위한 10분짜리 곡. 신약성서 고린도전서 13장 12절을 영어 가사로 썼다. " 어릴 때 바이올린을 배웠고 교회 성가대에서 편곡을 해온 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연주할 때의 느낌을 떠올리면서 작곡했습니다.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해준 연주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 심사평

악기와 목소리 하모니 돋보여

김택수의'P/A/R/T'는 테너와 현악 4중주를 위한 것으로 네 개의 현악기 간의 상호 관계, 인성(人聲.목소리)과 악기와의 대비와 혼합, 가사의 다양한 음절 처리에서 오는 극적인 색채 등이 돋보였다. 대학생의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뛰어난 수작이었다. 네 부분이 잘 짜여져 완성도도 높았다. 논리와 감성을 갖춘 음악이었다.

서경선<한양대 교수>

◆ 피아노 박은식

가벼운 곡 부담 없이 연주한 결과

"본선 진출자 명단이 발표된 다음 다른 연주자들의 프로그램을 보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이든 소나타 등 비교적 가벼운 곡을 골랐거든요. 부담없이 연주한 게 뜻밖의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피아노 부문 1위 입상자 박은식(29.인디애나 음대 대학원)씨는 서울대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전문사 과정을 한 학기 다니다가 미국 유학을 떠났다. 보자르 트리오의 창단 멤버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83)교수를 사사 중. 박씨는 대전 출생으로 고 1때 피아노를 시작해 국내에서 채숙자.김귀현.강충모 교수를 사사했다.

◆ 심사평

집중력, 자신있는 무대매너 탁월

본선 과제곡은 알베니스의'이베리아'모음곡 12곡 중 1곡을 포함한 50분 이내의 독주회다. 연주 경험이 부족한 데도 대단한 집중력과 자신있는 무대 매너를 보여줬다. 웅장하고 화려함으로 개성을 발휘한 것도 좋지만 지나치게 난해한 곡으로 골랐다. 깊은 음악성, 다양한 음색, 음악과의 상상력 깊은 대화가 부족했다.

이경숙<연세대 음대 학장>

◆ 남자 성악 김효종

무료 레슨해준 스승님 덕

"입상자 발표 직후 최승태 교수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콩쿠르에 참가하기 전'욕심 부리지 말고 음악을 즐기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처음 성악의 길로 이끌어 주시고 어렵고 힘들었을 때 무료로 레슨해주신 송원석 선생님께도 감사드려요. "

남자 성악 부문 본선에서 구노의 '파우스트' 중 아리아를 불러 1위에 입상한 테너 김효종(24.연세대 졸)씨는 또래들에 비해 2~3년 늦게 성악 공부를 시작한 늦깎이다. 고교 시절 그룹 사운드에서 보컬과 베이스 기타를 맡아 연주했고 대학 진학도 실용음악과로 했다. 대학 다니면서 성악 공부를 시작해 연세대 성악과로 편입한 경우다.

지난해 중앙음악콩쿠르에서는 2위에 입상했다. 발라드 가요와 CCM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이 듣는 편이다.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가 부르는 독일 가곡을 좋아한다. 독일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 심사평

음악적 표현력·해석 뛰어나

본선 진출자 모두 훌륭한 목소리와 음악적 표현과 해석, 무대 매너 등 성악가가 갖춰야 할 소양을 고루 갖췄다. 세계적 성악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하지만 성악 테크닉의 기본이 호흡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깊은 호흡에서 더 좋은 울림이 나오는 법이다.

김관동<연세대 교수>

◆ 여자 성악 서선영

초등생 때부터 합창단 활동

"지난해엔 너무 무거운 곡을 골라 욕심 부린 것 같아 올해엔 덜 부담스러운 곡을 골랐어요. 1위 없는 2위에 입상한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봅니다."

여자 성악 부문에서 2위에 입상한 서선영(22)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전문사 과정 리트.오라토리오 전공에서 최현수 교수를 사사 중. 클래식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고 발라드 계열의 가요도 좋아한다고 했다.

작곡가로는 특히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해 본선에서도 라흐마니노프의 가곡을 넣었다. 경남 마산 태생으로 초등학교 시절 창원시립소년소녀합창단 단원으로 활약했다.

◆ 바이올린 윤은솔

네 식구 모두 '음악 가족'

"예원중 1학년 때부터 마산과 서울을 오가시며 뒷바라지 해주셨는데 조금이나마 보답을 한 것 같아 기뻐요. 이번 콩쿠르를 치르면서 연주자에게 체력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이올린 부문 1위에 입상한 윤은솔(19)씨는 경남 마산 태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김남윤.구본주 교수를 사사 중. 음악가족 출신이다. 각각 작곡.바이올린을 전공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일곱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남동생도 향피리를 전공했다.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은 2004년 부산시향과 협연한 적이 있다.

과제곡이 발표된 뒤 무릎을 치면서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 심사평

참가자 수준 차 심해 아쉬움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도 본선 진출자 4명의 수준 차이가 심해 아쉬웠다. 서영완은 오른손이 경직돼 소리와 테크닉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윤은솔은 무난한 연주를 들려줬으나 음정과 소리의 명료함이 부족했다. 임창호는 건실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음정 불안과 섬세한 음색 조절이 아쉬웠다. 정예지는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으나 대담성이 부족했다.

이택주<이화여대 교수>

◆ 첼로 심준호

"묵직한 음색의 첼로는 내 친구"

첼로 부문 1위에 입상한 심준호(19)씨는 독일 에센폴크방 음대 3학년에서 조영창 교수를 사사 중이다. 예원중에 수석 입학했고 서울예고에 입학한 지 하루 만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조씨는 열 살 때 첼로를 처음 가르쳐준 스승이기도 하다.

"피아노를 전공하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찍 음악을 시작했어요. 여덟 살 때 피아노.바이올린.첼로를 차례로 배웠는데 첼로가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묵직하고 깊은 음색이 느린 제 성격과도 닮았습니다. 첼로와 친구처럼 지냅니다."

존경하는 첼리스트로는 로스트로포비치와 요요마를 꼽는다. 마림바 연주도 즐겨 듣는 편이다. 엘가 협주곡은 2002년 서울시향 소년소녀 협주곡의 밤에서 4악장을 협연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 심사평

큰 호흡의 음악 처리 능력 키워야

심준호는 건강하고 중후한 톤으로 안정감 있는 연주를 들려줬으나 서정적인 부분을 큰 호흡으로 폭넓게 처리하지 못했다. 배지혜는 다채로운 감정 표현과 뜨거운 에너지와 열정을 느끼게 했지만 차분하고 냉정한 자기 조절을 겸했으면 좋겠다. 임희영은 무게있고 풍부한 음량이 부족했지만 절제된 표현과 구성력이 뛰어났다.

백청심<서울대 교수>

◆ 클라리넷 나상용

어릴 때부터 클래식 FM 듣고 자라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하루 종일 틀어 놓은 클래식 FM을 듣고 자랐어요. 아홉 살 때 어머니가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이 흐르는 영화'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보시고 나서 클라리넷을 사오셨습니다. "

클라리넷 부문 1위 입상자 나상용(22)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오광호 교수를 사사 중. 예원중을 거쳐 서울예고 2학년 때 이화경향 콩쿠르 1위에 입상했다. 클라리네티스트 리카르도 모랄레스(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수석주자)를 좋아한다. 오케스트라 수석 주자가 되는 게 꿈이다. 가곡'가려나'로 유명한 작곡가 나운영(1922~93)씨가 작은 할아버지다.

◆ 심사평

어려운 테크닉 쉽게 잘 소화해내

참가자 모두 어려운 테크닉을 쉽게 소화해냈지만 포르테, 크레센도 등 다이내믹 처리가 부족했다. 나상용은 1악장에서 음악적 연결이 좋았고 카덴차도 능숙하게 처리했다. 조성호는 2악장의 감정 처리와 시원스런 포르테가 돋보였다. 김주현은 느린 부분에서 음악적 연결에 치중했으면 한다.

임현식<경북대 교수>

*** 바로잡습니다

4월 3일자 18면 중앙음악콩쿠르 바이올린 심사평에서 출연자 이름이 원고 정리 과정의 실수로 바뀌었습니다. 윤은솔은 정예지, 임창호는 윤은솔, 정예지는 임창호로 각각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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