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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행혁신위, “주택 정책, 정권 따라 냉온탕 오갔다”

중앙일보

입력

“정권에 따라 규제 완화와 강화 대책이 번갈아가면서 소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관행혁신위, 국토부 정책 일관성 부족 질타 #주택 정책 규제 완화-강화 오가며 시장 혼란 #국토부, 스스로 수립한 정책 “잘못됐다” #국토부, “재건축 부담금 환수 차질 없이 추진” #

국토교통분야관행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국토교통부를 향해 던진 일갈이다. 혁신위는 민간 전문가 9명, 국토부 관료 5명으로 구성한 민관 협의체다. 국토부가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발족했다.

지난해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워크숍.

지난해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워크숍.

29일 혁신위는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1차 개선 권고안’을 발표했다. 혁신위가 우선 지적한 것은 정책 일관성 부족이다. 혁신위는 “(국토부가) 정권에 따라 규제 완화와 강화 대책이 번갈아가면서 수립돼 소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행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약 규제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규제를 풀다가 이번 정부 들어선 규제 강화로 돌아선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전 정부에서 스스로 수립한 정책에 대해 ‘자기 부정’ 성격의 답을 내놨다.

국토부는 “지난 정부에서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전매 제한, 청약 규제, 대출 규제 완화 등의 대책은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향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주택시장 여건과 관계없이 청약 1순위 자격 요건, 가점제 적용 비율 등의 청약제도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부 장관을 지낸 강호인(왼쪽), 유일호 전 장관(오른쪽).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부 장관을 지낸 강호인(왼쪽), 유일호 전 장관(오른쪽).

또한 “재건축이 투기적 수단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고, 주택시장 과열이 심화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조짐이 보이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박근혜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에 대해 “부동산 매매 수요 창출을 위해 빚내서 집 사라는 대책을 추진한 것은 부적절했다”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무주택 서민에 대한 저리의 정책 자금 지원은 지속하되, 향후 인위적인 수요 부양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지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2015년 초 언론이 같은 비판을 할 때 “박근혜 정부는 규제 합리화 등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매매 거래량이 증가하고, 주택가격이 회복세를 나타내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는 내용의 반박 자료를 낸 바 있다.

재건축과 관련해 혁신위는 이전 정부에서 재건축 규제를 푼 것이 무분별하게 재건축 사업이 추진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2012년 이후) 부담금 부과를 미룬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일관성 없이 제도를 운용한 것”이라며 “부담금을 철저히 환수하고, 환수된 부담금을 서민 주거 안정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현 정부 들어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 것을 강조하면서 “올해부터 재건축 부담금이 정상적으로 부과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공공임대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거주 안정성이 낮은 전세임대나 분양전환주택 등을 공공임대 실적에 포함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PIR(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나 RIR(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 등이 악화하고 있는데 이에 관한 대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2022년까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되는 등록 민간임대주택과 공적임대주택을 총 400만 호 확보하겠다”고 답했다.

권고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가를 제한적으로 공시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국토부는 “분양가 공시 항목을 확대(12개→61개)하는 주택법 개정이 국회에서 추진 중”이라며 “주택법 개정 전에 LH 등과 협의해 분양가 공시 확대 제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권고안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한국감정원 등이 매주 주택가격 통계를 발표하는 등 주거 상품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가 나서 시황 중계하듯 주택 가격을 공개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이름이 바뀐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혁신위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이번 권고안에 담기지 않은 문제는 향후 논의를 거쳐 개선안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철도 외주화에 따른 안전문제와 교통 분야 민자사업 등 논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2차 개선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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