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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 낮은 지지율에…구체화되는 야권연대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6.13 지방선거를 앞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국당 중진 의원은 “광역 의원 후보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호남에 지역구를 둔 바른미래당 중진 의원도 “광역단체장은 물론이고, 기초의원 후보도 찾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침체→당선 가능성 하락→후보 기근의 악순환에 빠져든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등장하는 게 ‘야권연대’ 카드다.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렸다. 홍준표 대표(가운데)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렸다. 홍준표 대표(가운데)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당에서는 서울 지역 야권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정욱 전 의원, 이석연 전 법제처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 등 거론되는 후보마다 모두 손사래를 치며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국당 의원은 “지금 구도로 선거를 치르면 서울, 경기 등은 사실상 필패”라며 “서울시장에 바른미래당이 안철수 후보를 내면 나머지 구청장 선거에서는 한국당이 단일 후보를 내는 등의 연대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제기돼 온 서울 안철수(바른미래당), 경기 남경필(자유한국당) 등 지역을 주고받는 야권연대가 아닌,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을 분리하는 일종의 '체급별 연대'를 하자는 주장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앞줄 왼쪽)과 유승민 공동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개편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앞줄 왼쪽)과 유승민 공동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개편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바른미래당에서도 야권연대 시나리오는 나온다.  탈당을 고민하는 원희룡 제주지사는 28일 라디오에 나와 “국정 운영의 견제 축으로써 야당 연대는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기본”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도외시한 채로 누가 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사이에 상대방을 3등으로 밀어내고 2등을 차지할 것인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바른미래당 신용한 예비후보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야권 합동 정책토론회를 열자”고 한국당 박경국 충북지사 예비후보 측에 공개 제안했다. 이를 놓고 야권연대의 첫 단추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신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후보를 모르고 정책을 모르는 상황에서의 단일화 논의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고도 했다. 다만 신 후보는 28일 통화해서 “정책토론을 하자는 것이지 인위적인 연대 등을 노린 제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스1]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스1]

하지만 양당 지도부는 “야권연대는 없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일각에서는 타 당과 선거 연대를 하자는 말도 있다”면서도 “비겁한 선거연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의 간판격인 서울시장에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전국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도 “한국당은 극복과 배제의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유승민 대표는 한국당을 누르고 ‘보수의 적자(賊子)’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고, 박주선 대표는 호남 민심을 고려해야 한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도 “이번 선거는 한국당을 극복하는 선거인데 한국당과 연대를 하면 전체 판이 깨진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출신 지역위원장들은 이날 “지역 현장에서 개인적 결정으로 한국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건의서를 냈다.

하지만 선거가 막판에 다가갈수록 승산이 떨어지는 야권 후보 간의 합종연횡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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