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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서 검찰 패싱? “박상기, 문무일 의견 묻지도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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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청와대와 법무부가 검찰을 배제한 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문무일 검찰총장 간의 의견 교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청와대와 법무부가 검찰을 배제한 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문무일 검찰총장 간의 의견 교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연합뉴스]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수사를 놓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경찰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수사 지휘’ 권한을 가진 검찰은 정작 속앓이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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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발단은 지난 16일 울산시청 압수수색이다. 하지만 이는 올 1월 뇌물 혐의로 송도근 사천시장, 지난 14일 업무추진비 유용 혐의로 나동연 양산시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세 번째다. 모두 한국당 소속 경남 지역 자치단체장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선거 개입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한국당이 반발한 배경이다.

불똥은 검찰로도 튀었다.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최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더불어민주당 고발만으로 한국당 시장 후보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건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몰아세웠다. 수사 지휘를 하는 검찰이 왜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줬느냐는 지적이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통상 검찰은 공직자 사퇴시한(선거일 전 90일) 이후엔 특정 후보자 수사에 잘 나서지 않는다”며 “처음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을 때 재검토를 지시했지만 요즘 검경 수사권 조정 분위기에서 계속 반려하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자적 수사권 확보를 숙원으로 여겨 온 경찰이 지자체장 수사에 대해 ‘강공 드라이브’를 건 것이 ‘개 논쟁’까지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표적 수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남 지역 지자체장 수사는 올 1월 시작된 것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더욱이 검찰은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도 배제된 상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수사권 조정 논의를 진행 중이다. 검경이 합의하는 형식을 빌려 법무부가 개편안 초안을 만들었다지만 정작 당사자인 문 총장의 의견은 묻지 않아 입장을 개진할 창구조차 없다고 한다. 사실상 ‘검찰 패싱’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청와대는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헌법 개정을 통해 삭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찰의 요구대로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고검 산하 영장심의위원회에 공식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도 경찰에 ‘1차적 수사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사종결권 역시 검사의 독점적 권한에서 제외될 것이 유력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전건(全件) 송치’는 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검찰과 경찰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수사권 조정에 완전히 합의한 바는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대선 공약 취지에 따라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갖고, 검찰은 사법 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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