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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예술화”…“임을 위한 행진곡, 클래식으로 만들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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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전인권이 지난해 5월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뉴시스

가수 전인권이 지난해 5월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뉴시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광주문화재단, 10월까지 창작품 공모 #“5·18 예술화로…세계화·대중화 추진” #작곡자 “북한 찬양곡·시위곡 아니다”

80년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의 첫머리다. 이 노래는 5·18 2주기를 앞둔 82년 4월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에 헌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에서 가사를 따온 이 노래는 5·18 희생자들을 ‘님’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5·18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과정에서 끊임없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부 보수진영 등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노래”라고 주장하면서 5·18 기념식장에서 제창이 불허된 게 대표적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오른쪽은 김종률 작곡자가 1982년 직접 쓴 악보. 중앙포토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오른쪽은 김종률 작곡자가 1982년 직접 쓴 악보. 중앙포토

“각종 시위 현장에서 부르는 노래를 국가 기념식장에서 제창할 수 없다”는 당시 정부의 입장도 이 노래의 가치를 폄훼하는 데 한몫을 했다. 노래의 작곡자인 김종률(60)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5·18과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지닌 참된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선 예술화·대중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클래식 음악으로 재탄생한다. 광주문화재단은 26일 “오는 10월 31일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 관현악곡 창작 작품을 공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는 10∼15분 길이의 클래식 작품 제작을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세계화·대중화를 추진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번 공모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5·18이 지닌 가치를 음악적으로 풍성하게 표현해낸 작품을 뽑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가운데)이 2016년 12월 녹음 최초본을 디지털로 복원한 박종화 작곡가(맨 왼쪽) 등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가운데)이 2016년 12월 녹음 최초본을 디지털로 복원한 박종화 작곡가(맨 왼쪽) 등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문화재단 홈페이지(www.gjcf.or.kr)를 참조해 공모신청서와 작품설명서, 악보 등을 제출하면 된다. 오는 11월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악보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총 3개 작품 중 최우수작 1000만원, 우수작 700만원, 가작 500만원의 상금을 준다. 광주문화재단은 보다 다양한 형태의 관현악곡 콘텐트를 선정하기 위해 나이·학력·경력·국적 제한을 두지 않았다.

선정된 클래식 작품들은 향후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5·18 관련 행사장 등에서 연주된다. 이 노래가 5·18을 상징하는 노래라는 점에서 5·18의 세계화·대중화 사업 등에도 활용된다.

앞서 5·18기념재단은 2016년 12월 이 노래의 원곡을 디지털 음원으로 복원해 공개하기도 했다. 82년 광주 지역 문인 10여 명이 황석영(75) 작가의 집에 모여 비밀리에 노래를 녹음한 지 34년 만에 음원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오른쪽)이 2016년 12월 녹음 최초본을 디지털로 복원한 박종화 작곡가와 함께 오월노래음반을 들어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오른쪽)이 2016년 12월 녹음 최초본을 디지털로 복원한 박종화 작곡가와 함께 오월노래음반을 들어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때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윤상원과 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을 기리기 위한 노래다. 녹음 당시 신군부의 감시에 걸릴까 봐 담요로 창을 가려 음악 소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하고 녹음을 한 일화는 유명하다. 원곡 제목은 ‘님을 위한 행진곡’이지만, 맞춤법 표기법에 따라 ‘임을 위한 행진곡’이 됐다. 첫 녹음 후 2000개의 카세트테이프에 복사된 노래는 전국으로 퍼져나가면서 5·18과 민주화를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왼쪽)이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중앙포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왼쪽)이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중앙포토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컷. 중앙포토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컷.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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