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인 미코치 "소축구 꺾겠다"|로이트만씨 대통령배서 조국상대 지휘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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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제17회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가 개막일인 16일 미소의 대결을 벌여 이채를 띠는 가운데 미국대표팀의 「렌·로이트만」코치(34)가 소련출신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떠나온 땅,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곳이긴 하나 소련은 제 조국입니다. 고향의 후배선수들을 상대로 첫 경기를 갖게돼 감개무량합니다만 승부의 세계에서 감상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겠죠.』
「로이트만」코치는 21년전 부모를 따라 고향인 우크라이나를 버리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체르노비치 축구클럽 소년부 선수로 활약중이던 14세 때였다.
『소련의 사회체제에 환멸을 느껴왔던 아버지는 미국에 살고 있는 친척들과 합류하기 위해 이주신청을 냈어요. 2년간 갖은 고초를 겪은 끝에 가까스로 성사돼 「소련에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소련을 떠났지요.』
「로이트만」 코치는 미국으로 옮겨온 뒤에도 뉴욕 틸든고교→브루클린대를 거치며 축구를 계속했다.
서독에서 1년간 축구연수도 받았고 미국내 프로팀 주전으로 뛰기도 했다.
은퇴한 후 모교인 브루클린대 감독으로 있다가 지난86년 대표팀 코치로 발탁됐다. 20세 이하 주니어대표팀·여자대표팀등 각 부문 대표팀 코칭스태프가운데 최연소.
『미국과 소련은 이번 대회 뿐만 아니라 올림픽에서도 같은 조(C조)에 편성되어 있지요. 야릇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로이트만」코치는 현재 소련팀의 「블라디미르·사르코프」코치가 자기가 소련에서 축구를 시작할 무렵 명성을 떨쳤던 스타플레이어였기 때문에 잘 알고 있으며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도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면서 『멋진 승부를 겨뤄보고 싶다』 고 말했다.
「로이트만」코치는 미국 팀이 소련 팀에 비해 전력의 열세가 현저할 것이라는 일반의 평가를 『천만의 말씀』 이라고 되받으면서 『우리 팀이 이번 대회나 올림픽에서 돌풍을 일으킬테니 두고 보라』 고 장담했다.

<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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