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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남편, 성추행 무고에 목숨 잃었다”…아내의 간절한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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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송씨의 부인 강씨가 다음 '아고라'에 관련 사건을 청원하며 올린 사진. 오른쪽은 학생이 직접 작성한 탄원서. [사진 다음 아고라 캡처]

지난해 송씨의 부인 강씨가 다음 '아고라'에 관련 사건을 청원하며 올린 사진. 오른쪽은 학생이 직접 작성한 탄원서. [사진 다음 아고라 캡처]

지난해 8월 여학생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던 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그의 무고를 호소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고 송경진씨의 아내 강하정씨는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님 제발 이 간절한 편지를 읽어주십시요'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강씨는 청원글에서 경찰이 종결한 이 사건을 교육당국과인권당국이 강압적으로 조사해 남편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강씨에 따르면 그의 남편 송씨는 지난해 4월 19일 자신이 가르치던 여중생을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동료 교사에게 신고당했다.

곧바로 경찰 수사가 이어졌지만, 조사 결과 이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부안교육지원청은 송씨를 성범죄자로 몰며 직위 해제 및 대기 발령했고, 진상 조사에 나선 전북 학생인권센터도송씨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해 강제전보조치를 요구했다.

결국 송씨는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강씨는 청원글에서 당시 남편은 전라북도교육청·교권보호위원회·국민권익보호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교육청과 인권 당국은 서로 책임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라북도교육감, 부교육감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교권보호위원회에구제 신청하려고 했더니 그런 것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국민권익보호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더니 '전라북도교육청에 신청하라'며 받아주지 않았다. (또 다시) 교육청 행정에 이의를 제기했더니 국민권익보호위원회에 신청하려면 징계가 끝난 후에 하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무엇보다 송씨의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교육 당국과 인권 당국이 부당하고 강압적인 조치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교육청이 사실조사도 하지 않고 남편을 가해자로 단정했다"며 "도와달라고 갔다가 피눈물만 뿌리면서 돌아서기를 수없이 반복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피해자라고 지칭하는 학생들이 자신들이 피해자가 아니고, '성추행' 등을 당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졸업생까지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교육청은 이를 무시하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면서 "정작 (무고죄가 있는) 학생들에 대한 조사는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지금 본인이 고소한 10여 명에 대한 조사를 위해 학생들을 조사해 여죄를 밝혀야 함에도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조사를 할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사법권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2017년 8월 강하정씨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청원글 [다음 아고라 화면 캡처]

2017년 8월 강하정씨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청원글 [다음 아고라 화면 캡처]

또 강씨는 "전라북도학생인권교육센터의 불성실하고 불합리한 실적 올리기식의강압 조사에 단 하나뿐인 목숨을 던져 부당함과 억울함을 증거하고 희생되었다"고 호소했다.

강씨는 "당시 학생인권교육센터가 남편에게 (무죄를 인정하면) 학생들이 무고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정신을 흐트러놓고, 더운 날 에어컨을 틀어 썰렁한 밀실에서도 양복 등이 흠뻑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고 낯빛이 백지장이 되어 나오게 만들 정도로 남편을 강압적으로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단지 성인이라는 이유로, 단지 교사라는 지위 때문에 남편은 죽어야 했다"며 설립 목적과 취지를 잊은 학생인권교육센터와 담당자인 학생인권옹호관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법도, 국가인권위원회법도,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조례조차도 무시하고 살인에 버금가는, 어쩌면 자살로 포장된 간접적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송씨 아내 강씨의 글은 지난 15일 청원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23일 오전 3시 현재 1만5027명이 참여하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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