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안하면 관광객 안온다|오상훈<한양대 대학원·관광학과>

88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증가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지속되는 한반도의 긴장, 국내의 정치·사회적 소요등을 고려할때 한국관광시장의 전망은 밝은 것만은 아니다.
관광과 평화는 상호보완적관계에 있기때문이다. 한 나라가 전쟁·혁명, 또는 지속적인 노사분규등에 휩쓸릴때 이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국제관광의 생리다.
또 비록 안정된 국가라 할지라도 주변국에서 정치적 테러·소요등이 발생할때 국제관광의 흐름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는 과거 올림픽을 치렀던 몇몇 국가의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
제6회(볘를린·1916년), 제13회(헬싱키·1944년) 대회는 1차,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개최조차 못했다.
일본은 1964년 동경올림픽 (18회) 을 개최하면서 외래방문객을 10만명이상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방문객수는 대회관계자 9천1백99명, 일반관광객 4만1천4백3명등 총5만6백22명에 불과했다.
그 이유는 60년대 초에 들어 최고조에 달한 미일안보조약체결을 둘러싼 반대운동,「아이젠하워」미대통령방일저지데모, 에너지원교체에 따른 탄광노동자들의 파업과 유혈충돌등으로 일본의 정치·사회가 큰 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경향은 한국 국내정세와 관광객 증가추세 비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 62년이후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수는 74년, 80년을 제외하고 계속 안정적인 증가추세를 보였다.
74년에는 세계적 유류파동에 따른 경제적 불안정이, 80년은 10·26사태이후 계속되는 국내의 정치·사회적인 혼란이 외래관광객 감소로 나타났다.
정부의 관광산업육성 정책으로 1980년에 1백만명에 달했던 필리핀의 외래관광객수는 85년의 정치불안으로 77만여명으로 줄었다.
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발생때는 소련은 물론 인근국가인 핀란드와 유고슬라비아에도 영향을 끼쳐 외래객입국자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상 간단한 사례가 보여주듯이 국제관광의 흐름은 세계대전·경기침체·지역분쟁·근로자및 학생의 시위·정치불안등 여러가지 크고 작은 비평화적 요인에 의해 큰 영향을 받게된다.
이같은 사실은 필자가 최근 서울시내소재 대학생 5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응답자중 74.9%가 여행희망국으로 이탈리아·스웨덴·중공·영국등을 선호하고있다. 이유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평화롭고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기때문이었다. 이는 평화와 안정이야말로 관광수요를 유발시키는 최대의 요인임을 말해주고있다.
반면에 전체응답자중 61.6%가 여행을 원치않는 나라로 이라크·월남·아프가니스탄·쿠바등을 들고 있다.
그 이유는 해당국의 정치적 불안정과 전쟁의 위험및 이에 따른 예상피해심리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치를 더욱 격상시키고 한국을 세계관광시장의 으뜸대열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킬 정치·사회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서 첫째, 정부는 보다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북한및 공산권과의 관계개선에 주력, 평화의 정착을 시도해야할 것이다.
둘째, 군사적 균형에 의한 평화추구에 앞서 이념과 체제를 초월한 관광교류등을 통한 평화의 실현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체제와 이념을 초월한 관광교류는 평화구현의 수단인 동시에 관광수요를 유발시키는 수단도 될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일부공산권국가들은 외래관광객들에게 문호를 대폭개방하고 있으며 지난40년간 냉전체제를 유지했던 중공과 대만도 관광객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고르바초프」와「레이건」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모스크바시민이 워싱턴을 방문하고 미국시민이 크렘린궁을 관광할수 있을때 인류는 지금까지 누려온 핵평화보다 훨씬 더 안전한 평화를 누릴수 있다.
세째, 국내정치·사회의 혼란이 가급적 빨리 수습되어야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근 비등하는 학생들의 반정부·반미감정등의 바탕이 무엇인가를 냉정히 분석, 대처함으로씨 이문제가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