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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각종 불법행위로 2억달러 이상 벌어들였다”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교묘하게 피해 각종 불법행위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북제재위원회 연례보고서 발간 #제3국인 내세워 위장회사 설립 #무기거래외에 인력지원까지 다양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북한이 불법 외화벌이를 통해 최소 2억달러(2100억원)를 벌어들였다는 연례보고서를 냈다. 총 300쪽에 달하는 것으로, 북한의 불법행위를 적나라하게 담고있다.

북한의 불법거래 흔적은 시리아와 이집트, 앙골라, 모잠비크, 나미비아, 미얀마 등 지구촌 곳곳에서 포착됐다. 지난달부터 시리아와 이집트, 모잠비크 등지의 불법거래 흔적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던 것이다.

해상을 통한 석탄 등의 밀수출은 물론이고, 탄도미사일과 화학무기 기술진 파견과 관련 품목 거래까지 이뤄졌다. 북한은 특히 금수품 거래나 이에 동반되는 금융거래를 위해 제3국인을 내세워 역외지역이나 아시아 금융중심지에 위장회사를 설립했다. 아시아 금융중심지는 홍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19일 북한 금별무역 소속 대형 선박 예성강 1호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대북제제 결의 2375호를 피하기 위해 정유제품으로 추정되는 화물을 환적하고 있다. 북한은 대북제제 결의 2375호를 피하기 위해 선박간 환적 등을 포함한 기만적인 선적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여수항에서 일본산 정유제품을 적재하고 출항한 뒤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삼정2호에게 정유 제품 약 600t을 환적한 홍콩 선적 ‘라이트하우스 원모어호’가 우리 외교부와 관세청에 의해 적발됐다. [사진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10월 19일 북한 금별무역 소속 대형 선박 예성강 1호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대북제제 결의 2375호를 피하기 위해 정유제품으로 추정되는 화물을 환적하고 있다. 북한은 대북제제 결의 2375호를 피하기 위해 선박간 환적 등을 포함한 기만적인 선적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여수항에서 일본산 정유제품을 적재하고 출항한 뒤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삼정2호에게 정유 제품 약 600t을 환적한 홍콩 선적 ‘라이트하우스 원모어호’가 우리 외교부와 관세청에 의해 적발됐다. [사진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

북한은 특히 중동과 아시아에 금수품 및 금융거래, 수금 등을 위해 30명 이상의 인력을 운영해 왔다고 제재위는 밝혔다. 대북제재 품목인 정유제품 수입을 위해 ‘퍼스트 오일 센터’(First Oil Center)와 ‘코리아 금강 석유’(Korea Kumgang Petroleum) 등 2개의 중개회사를 운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핵심권력층을 위한 ‘사치품’도 수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인도로부터 지난해 1~6월 57만8000 달러 규모의 귀금속과 보석용 원석을 수입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다이아몬드로, 51만4000 달러(5억40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와인과 향수도 포함됐다. 독일(2016년 6월~2017년 6월)로부터 15만1000 달러의 와인과 주류를, 이탈리아(2016년 7월~2017년 2월)로부터 4만6000 달러의 와인을, 칠레(2016년 6월~2017년 8월)로부터 29만달러의 와인을, 불가리아로부터 지난해 4월 1만1000 달러의 와인을 각각 수입했다.

또 불가리아(2016년 9월~2017년 6월)로부터 19만8천 달러의 향수와 화장품을, 비슷한 시기에 독일로부터도 6만2천 달러의 향수와 화장품을 각각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불법행위를 저질러왔다. [연합뉴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불법행위를 저질러왔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향하다 유엔 회원국에 의해 차단된 두 척의 선박에서는 대량의 내산성 타일과 이를 붙이는 접착제가 나왔다. 모두 화학공장의 내부 벽면에 사용되는 것이다.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개발하는데 북한이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이는 물증이다.

대북 제재위는 이 같은 거래를 포함해 2012∼2017년 북한에서 시리아로 선박을 통해 39건의 금수품목 이전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30㎜ 유탄발사기, 7.62㎜ 기관총, 광대역 통신장비, 장거리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 화학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밸브와 온도측정기 등도 북한이 이전 또는 거래한 것으로 의심받는 품목이다.

2010년에는 북한이 시리아에 16박스의 무기제조 장비를 보냈다. 북한은 2016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4차례 이상 시리아에 탄도미사일 등 무기 관련 기술진을 시리아에 파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제재위는 전했다. 한 유엔 회원국 관계자는 북한 기술진이 시리아 바르제와 아드라, 하마에 있는 화학무기 및 미사일 시설에서 일했다고 전했다.

또 미얀마가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 시스템과 다연장 로켓 발사기를 포함해 지대공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이전받은 증거도 확보했다고 대북 제재위는 밝혔다.

제재위는 북한 해금강무역이 모잠비크 몬테빙가라는 회사와 지대공 미사일과 P-12 방공 레이더 등을 포함한 600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잠비크가 2015년 10월 북한에 레이더 기술진의 방문을 요청한 서한도 확보했다.

북한과 모잠비크는 ‘EMKIP’라는 조인트회사를 설립, 수산1ㆍ수산2 등 북한 어선 3척과 40명의 북한 근로자들을 동원해 새우잡이 어로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잡은 새우를 남아공의 회사로 넘겼으며 가공된 새우는 중국 상하이로 팔렸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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