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vs 째려본 기자…중국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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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매체 CCTV에 생중계된 동료 기자의 질문에 눈을 흘기는 중국 여기자의 모습. [연합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중국 관영 매체 CCTV에 생중계된 동료 기자의 질문에 눈을 흘기는 중국 여기자의 모습. [연합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 회견장에서 한 여기자가 다른 여기자를 향해 눈 흘기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된 가운데, 눈 흘김의 대상인 여기자의 신분과 소속이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3일 전인대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 기자회견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붉은 옷을 입은 한 여기자는 샤오야칭(肖亞慶)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에게 중국 국유 자산의 해외투자에 대해 질문을 했다.

질문이 길어지자 옆에 있던 파란 옷의 여기자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상대를 향해 눈을 흘겼다.

[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이 장면은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CC)TV로 생중계되면서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당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을 통해 확산하며 논란이 일었다.

네티즌은 두 여기자의 신원을 파악한 결과 파란 옷을 입은 여기자는 제일재경 방송의 량샹이 기자, 붉은 옷의 여기자는 전미 방송국의 장후이쥔 기자라고 밝히고, 상대가 질문하는데 무례한 행동을 한 량상이 기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량상이 기자를 향한 비난은 시간이 흐르며 장후이쥔 기자에게로 바뀌었다. 장후이쥔 기자의 소속으로 알려진 전미 방송국과 장후이쥔 기자의 정체가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네티즌의 추적 결과 전미 방송국은 중국중앙(CC)TV의 협력사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미국 서부에 방송하는 'AMTV'이고, 장후이쥔 기자는 과거 CCTV 취재 기자부터 여행 관련 TV 집행 사장 등 다양한 프로필을 갖고 있지만, 정확한 실체가 없다는 네티즌 주장이 이어졌다.

상황이 역전되면서 네티즌은 장후이쥔 기자의 질문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장후이쥔은 40~50초 동안 장황하게 질문했는데, 결국 '국유기업의 해외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을 위해 올해 어떤 조처를 준비했느냐'라는 일반적인 질문이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의 기자회견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기자가 질문을 물고 늘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며 장후이쥔 기자도 중국 당국과 사전에 조율해 만들어진 질문을 던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AMTV가 중국 CCTV 협력사인 만큼 친중의 성격을 가졌을 것이라는 배경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했다.

이처럼 논란이 이어지자 중국 당국은 검열에 나서서 두 여기자의 모습이 찍힌 동영상을 중국 온라인에서 차단했다.

또 두 기자 모두 '신성한' 전인대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양회 취재 양회 취재 허가를 박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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