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수입산 철강’에 숨은 오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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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얼마 전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 등 외국에서 만들어진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안겨 각국이 대응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관세 면제를 위해 대미 접촉에 나서는 등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산 철강에 25%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와 같은 기사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잘못된 표현이 하나 숨어 있다. 바로 ‘수입산’이다.

‘-산(産)’은 주로 지역이나 연도를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거기에서 또는 그때에 산출된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따라서 ‘제주산 갈치’ ‘벨기에산 초콜릿’ ‘1997년산 와인’ 등처럼 쓸 수 있다. 지역명을 붙이지 않고 자기 나라에서 생산된 물건을 얘기할 땐 ‘국내산’ 또는 ‘국산’이라 쓰기도 한다.

문제는 외국에서 생산된 물건을 가리킬 때다. 국가명을 붙이지 않고 포괄적으로 얘기할 때 예문처럼 ‘수입산’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외국산’이라고 해야 바르다.

‘수입’은 다른 나라의 상품이나 기술 등을 국내로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산’이 장소나 연도 뒤에 붙는다는 걸 기억한다면 ‘수입산’이 영 어색한 표현이란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수입’이란 단어를 꼭 쓰고 싶다면 ‘-산’을 빼고 ‘수입 철강’ ‘수입 알루미늄’이라고 하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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