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대 학자군|「민족·민중적 학문」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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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80년대들어 형성된 이른바「제3세대 학자군」의 활동이 최근 부쩍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3∼4일 한양대에서 열리는 제3세대학자군의 10개 학술단체 연합심포지엄(주제「80년대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현단계와 전망」) 은 정치·경제·역사·사회·여성학등 인문사회과학의 한국사회에 적합한 학문연구방법을 모색하고 또 그 방법론을 토대로 행해진 구체적 연구결과들이 다수 발표될 예정이다.
개항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학문적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주체적시각에는 문제가 많았다. 제1세대라고 할 일제시대 식민지 지배교육을 받은 학자들은 일본적인 학문지향을 드러내고 있고 해방이후 우리나라가 미국에 종속적 위치가 되면서부터는 미국적인 세계관을 내면화한 제2세대 학자군이 우리사회의 대종을 이루어왔다.
실증주의·행태주의 또는 구조기능주의 등으로 대표되는 제2세대 학자군의 미국적 학문지향은 우리사회가 지니는 모순을 적절히 이론화해 낼수 없다는 것이 비판되면서 제3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남미등 제3세계국가들에서 발전된 종속이론등이 적극적으로 수용된다.
그러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우리와는 크게 다른 사회에 뿌리박은 이론들이 우리사회에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이유때문에 종속이론은 아주 추상적인 수준에서의 논쟁만을 낳았고 근대이후 우리사회를 관통해 설명할수있는 이론으로서는 채택될수 없었다.
80년대들어 이러한 문제의식이 제3세대 학자군사이에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된것이 이른바「사회구성체논쟁」. 3∼4년 계속되어온 이 논쟁은 최근 식민지 반봉건사회론과 신식민지국가 독점자본주의론과의 논쟁으로 정리되고 있는 양상이지만 논의가 너무 거시적으로만 이루어져 더 이상의 진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얻어진 주목할만한 성과가 있었다. 근대화과정의 서구선진국가들에서 자유주의적 학문지향과 마르크스주의 학문지향이 그랬듯이 우리 사회의 설명에 적합하면서 우리사회가 지니는 모순과 문제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할수 있는 학문적 보편개념으로 「민족」과「민중」의 개념이 정립된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이러한 배경을 가진「민족적·민중적 학문」의 본격출발을 알리는 의도로 마련되었다.
3일은 서울대 김진균교수의「민족적·민중적 학문을 제창한다」는 기조발표와 경제·역사·정치·사회·여성학등 학문분야별로「민족적·민중적학문」의 시각에서 연구현황과 과제를 밝히는 5편의 논문이, 4일은「한국사회의 구조와 변동」「한국사회운동과 역사」「문학·문화·이데올로기」라는 주제아래 각각 4편씩의 논문이 발표된다. <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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