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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애 학교도 '교장공모제' ?...공립 자율학교만 해당

중앙일보

입력

정부의 국정과제대로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공모제가 확대됐다. 정부는 13일 국무회의에서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는 경력 15년 이상의 평교사가 교장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를 교장공모제 시행 학교의 15%까지로 제한했다. 개정안에선 이 비율을 5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승진 점수제 기준으로 교장이 되던 국·공립 초중고교 교장직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교장공모제에 관해 궁금한 점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교장공모제가 뭔가요?
현행 교장 임용제도는 근무 평정 점수와 가산점 등이 높은 순서대로 교장 자격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지나친 승진 위주의 교직 문화가 문제로 제기돼왔고, 교장을 공개 모집하는 교장공모제가 2007년 시범 운영돼 2012년 법제화됐다.
교장공모제는 학교별로 유형에 차이가 있다. 우선 일반 학교는 ‘초빙형 공모제’로, 교장 자격증 소지자만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자율학교는 ‘내부형 공모제’로, 교장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시도교육감이 공모 신청 학교의 50%까지는 교육 경력 15년 이상인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학교로 지정할 수 있다. 이 밖에 특성화중ㆍ고교나 특목고 등은 학교 특성에 관련 있는 분야나 기관에 3년 이상 종사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개방형 공모제’를 운영할 수 있다.
우리 아이 학교도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나요?
교장공모제 관련 규정은 사립이 아닌 국ㆍ공립 학교에 적용된다. 국공립 학교 중에서도 일반 학교는 교장 자격이 없는 평교사의 교장 진출이 불가능하다. 만약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국공립이면서 자율학교라면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공모제’를 할 수 있다. 자율학교는 교육부나 각 시도교육감이 지정하는 학교로, ‘농어촌 자율학교’ ‘혁신학교’ ‘자율형 공립고’와 같은 전국 1655개 학교를 뜻한다. 일반 학교보다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 권한이 좀 더 크다는 특징이 있다.
교장공모제 신청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자율학교에서 교장의 임기가 끝나 새 교장을 임용해야 한다면 학교에서 학부모와 교원 대상으로 교장공모제 찬반 설문조사를 한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공모제 추진 여부를 결정해 교육청에 신청한다. 각 시도교육청은 당해년도에 공모제를 신청한 학교들 가운데 최대 50%까지는 평교사가 참여할 수 있는 학교로 지정한다. 시도마다 선정 기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은 설문조사에서 찬성 비율이 높은 학교가 지정된다.
교장공모제 추진 절차

교장공모제 추진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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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공모제 확대에 반대가 많은 이유는?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모든 자율학교에서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자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이를 ‘무자격 교장 공모제’라 일컫고 반대 시위에 나섰다. 승진을 준비하던 교원들의 신뢰를 침해하고 교장의 전문성을 무시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교총은 "특정 단체(전교조를 지칭) 출신을 임용하기 위한 제도"라고도 비판했다. 한국교총이 회원 1645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모제 확대 반대가 81.1%, 찬성이 12.5%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평교사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방침에서 ‘신청 학교의 50%까지’로 한발 물러선 이유는 이러한 교원단체의 반대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전국 교육자대표 결의대회'를 열고 교장공모제 확대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교장공모제는 사실상 전교조의 교장 진출 수단이며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하루 빨리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뉴스1]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전국 교육자대표 결의대회'를 열고 교장공모제 확대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교장공모제는 사실상 전교조의 교장 진출 수단이며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하루 빨리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뉴스1]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설문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6일 전교조가 교사 2158명을 설문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찬성이 70.5%로 많았고, 이들 가운데 59.4%는 자율학교만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일반 학교로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교총 설문조사가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실시해 실제 현장 의견과 상반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전교조 조사는 동일인이 여러 번 설문에 참여할 수 있는 등 신뢰하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입법예고 기간 온·오프라인으로 도착한 의견 중 찬성이 931건, 반대가 929건으로 비슷했다. 장미란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찬반양론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번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전교조 교장’ 만들기라는데?
한국교총이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 자격 없이 교장이 된 72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3명(71%)이 전교조 출신으로 나타났다. 전체 교원 중 전교조 소속이 10% 미만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인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한국교총이나 보수 성향의 학부모 단체 등은 이번 교장공모제 확대를 ‘전교조 교장 만들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결과만으로 이유를 예단한 것에 불과하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송 대변인은 “전교조 출신이 많다고 해도 이것이 학교 구성원들에게 그만큼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돼야지 전교조 밀어주기로 해석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공모제는 전교조뿐 아니라 교총에도 열려있는 제도”라고 반박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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