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부의장 회고록 '대변인'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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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법무부 장관을 했고, 원내총무도 지냈고, 당 대표 직도 맡아 봤지만 그에겐 아직도 대변인이란 말이 어울린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 5선의 박희태(68) 국회부의장이 1988년부터 93년까지 민정당.민자당 대변인 시절 겪은 일을 풀어놓은 회고록 '대변인'(랜덤하우스 중앙)을 내놓는다. 그의 역대 최장수 대변인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6일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회고록에 따르면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이 탄생한 직후인 90년 3월 김영삼 당 대표와 박철언 정무장관이 소련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피나는 경쟁을 벌였다. YS가 전격적으로 고르바초프를 만나긴 했으나 물증을 위해 대동한 사진기자 2명은 크렘린 궁 앞에서 제지당했다. 박 대변인은 기자들이 '과연 만났느냐'며 빗발치듯 질문하자 YS한테 가서 증거를 물었다. YS는 "고르바초프 참 잘생겼데이. 안 만나 본 사람은 모른다"고 해 이 말을 그대로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YS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현대그룹의 책임자가 찾아와 정주영 회장이 대선에서 맞붙었던 일을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YS는 듣기만 하다 한마디만 말했다. "기업은 용서해도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라고. 그 뒤 현대는 실제 그렇게 되어갔다고 한다.

박 부의장은 설득력 있게 말하는 비결에 대해 "사람들은 남의 말을 길게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짧은 말로 긴 여운을 남겨라"라고 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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