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에 따르면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이 탄생한 직후인 90년 3월 김영삼 당 대표와 박철언 정무장관이 소련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피나는 경쟁을 벌였다. YS가 전격적으로 고르바초프를 만나긴 했으나 물증을 위해 대동한 사진기자 2명은 크렘린 궁 앞에서 제지당했다. 박 대변인은 기자들이 '과연 만났느냐'며 빗발치듯 질문하자 YS한테 가서 증거를 물었다. YS는 "고르바초프 참 잘생겼데이. 안 만나 본 사람은 모른다"고 해 이 말을 그대로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YS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현대그룹의 책임자가 찾아와 정주영 회장이 대선에서 맞붙었던 일을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YS는 듣기만 하다 한마디만 말했다. "기업은 용서해도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라고. 그 뒤 현대는 실제 그렇게 되어갔다고 한다.
박 부의장은 설득력 있게 말하는 비결에 대해 "사람들은 남의 말을 길게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짧은 말로 긴 여운을 남겨라"라고 했다.
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