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로 번진 김재록씨 로비 의혹 - 방향 튼 검찰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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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순위 2위인 현대차의 본사까지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대거 출국금지시켰다는 사실은 수사의 축이 어디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해준다. 따라서 검찰은 현대차의 비자금 조성 경위와 용처를 파악한 뒤 로비 대상자들에 대한 수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왜 현대차에 대한 수사에 나섰으며,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도 관심사다.

◆ "현대차를 노린 흔적 곳곳"=검찰이 현대차를 노리고 '기획수사'에 착수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검찰은 현대차와 글로비스.현대오토넷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24일 법원에서 발부받았다. 같은 날 글로비스 이주은 대표 등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받았다. 24일은 김씨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된 날이다.

김씨의 구속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현대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 상당 기간 준비를 했음을 의미한다.

검찰이 기업 인수와 대출비리 혐의로 김씨를 구속한 지 불과 36시간 만에 별건의 혐의로 대기업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은 통상의 수사관행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또 검찰이 현대차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담당 업무와 자료위치 등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점도 현대차를 겨냥해 수사를 준비해온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검찰은 왜 현대차를 주목하고 있었을까. 수사팀 관계자는 "올 1월부터 김씨의 비리혐의에 대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가 연루된 사실을 포착했다"며 "특히 그가 사용한 로비자금의 출처가 글로비스인 것으로 드러나 수사를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사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비리 사실이 나와 수사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수사 외적인 요인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글로비스의 상장으로 수천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당시 청와대와 여권이 문제를 제기했고 검찰이 내사를 시작됐다는 얘기도 있다.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과 천정배 법무부 장관 등이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한 엄단을 주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 "비리가 있으면 누구든지 수사"=검찰은 현대차 측이 글로비스 등 계열사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글로비스 대주주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에 대한 조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이른 질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검찰이 현대차의 비자금 조성 과정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룹의 후계구도와 관련된 사안까지도 손을 댈지 주목된다. 검찰은 이에 대해 "후계구도와 관련해서는 수사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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