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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겨낸 금빛 질주...평창 감동 레이스 펼친 비비안 멘텔-스피

중앙일보

입력

비비안 멘텔-스피 [EPA=연합뉴스]

비비안 멘텔-스피 [EPA=연합뉴스]

암 세포도 그의 질주를 막진 못했다. 암 투병중에도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출전한 네덜란드 장애인 스노보더 비비안 멘텔-스피(46)가 감동적인 '금빛 질주'를 펼쳤다.

멘텔-스피는 12일 강원도 정선의 정선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스노보드 크로스 LL2(하지 장애) 결승에서 팀 동료 리사 분쇼텐을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레이스 도중 치열한 접전을 펼치다 넘어진 멘텔-스피는 다시 일어서서 남은 레이스를 끝까지 집중했고 금메달을 땄다.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딴 멘텔-스피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멘텔-스피는 평창에 오는 과정 자체가 파란만장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스노보드 월드컵에도 출전한 적이 있던 스노보드 전문 선수였다. 그러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꿈이 좌절됐다. 정강이뼈에 악성 종양이 발견됐고, 수술로 이를 떼어냈다가 재발하는 바람에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그나마 피나는 노력 끝에 그는 12년 뒤인 2014년 소치 겨울패럴림픽 시범 종목으로 올라섰던 스노보드 크로스에 출전했다. 그리고 금메달을 땄다. 멘텔-스피에겐 뜻깊은 금메달이었다.

비비안 멘텔-스피. [사진 인포2018]

비비안 멘텔-스피. [사진 인포2018]

그러나 지난해 7월 암이 재발했단 소식을 딛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암세포가 퍼진 부위도 많았다. 목·식도·늑골까지 퍼졌다. 패럴림픽을 두 달 앞둔 지난 1월엔 목에 있는 종양을 떼어내는 수술도 받았다. 수술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것조차 모험이었지만 멘텔-스피는 이를 이겨냈다.

멘텔-스피는 지난 4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인터뷰에서 "평창에서 다른 선수들과 경쟁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쁘다. 나에겐 출전이 우승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심리적으로도 더 강해졌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평창 패럴림픽 출전은 나를 위한 재활 치료 과정 중 하나"라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보란듯이 패럴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정선=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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