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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분석한 안희정의 심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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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왼쪽),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신인섭 기자, 최정동 기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왼쪽),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신인섭 기자, 최정동 기자.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안희정 전 지사는 왜 성폭력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을까. 전문가는 안 전 지사의 행위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사람들은 ‘욕망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적 규범이 표현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기 때문에 참는다”면서 “안 전 지사는 특수한 환경에 존재했다. 자신의 과실이 문제 된 적이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자신을 비호하는 집단이 존재하는 특수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범죄를) 은폐하는 추앙 세력이 있어 한 번도 문제 된 적이 없었던 것”이라며 “다른 성폭행범들은 비호 세력이 없으니 검거되고, 지위를 이용해 은폐해 온 세력은 이제야 터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또 안 전 지사가 공적인 자리에서는 여성 인권을 강조하고 미투 운동을 언급하면서도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피해자의 주장에 대해 이 교수는 “자신이 하는 행동은 (범죄)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중적 사고”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기덕 감독은 ‘예술’이란 타이틀을, 안 전 지사는 명분을 위해 너의 희생을 잊으라고 강조했을 것”이라며 “결국 개인의 일탈을 넘어선 문제”라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는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후 잠적하다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일 입장을 번복하고 “검찰은 빨리 저를 소환해달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다음날 돌연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교수는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나도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향후 화간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권력형 성범죄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검찰은 안 전 지사의 혐의 입증을 위한 진술 내용 및 압수물 분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9일 오전 10시부터 고소인인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를 불러 이튿날 오전까지 23시간 30분간 밤샘조사를 벌였으며, 9일 오후 5시쯤 자진 출석한 안 전 지사를 상대로도 다음 날 새벽까지 9시간 30분간 사실관계를 캐묻고 사건 경위 등에 관한 주장을 청취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과 9월 안 전 지사와 동행했던 러시아와 스위스 출장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진술 중 엇갈리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안 전 지사의 재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재소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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