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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국민·가족에게 미안” … 피해자엔 사과 안 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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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9일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국민 여러분께,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9일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국민 여러분께,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가 잠적 나흘 만인 9일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입던 정장이 아닌 검은색 롱패딩 차림이었다.

잠적 나흘 만에 검찰에 자진출석 #법조계 “사전에 조율된 사과 발언” #성폭행 오피스텔은 친구 회사 소유 #사용료 안 내 김영란법 위반 소지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5시쯤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며 “상처 입은 국민 여러분께, 또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그리고 제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부터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던 피해자 김지은(33)씨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피해자 말이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조사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안 전 지사의 발언을 두고 “사전에 조율된 교과서 같은 사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는 “법리적으로 재판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과를 하면 잘못을 인정하게 되니 조율된 발언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이날 오후 3시40분쯤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겠다고 알렸다. 검사 출신 최운식 변호사는 “이례적이긴 하지만 먼저 요청해 조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를 지원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는 “안 전 지사의 일방적 출두 통보는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법적 절차에 따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성폭행 장소인 오피스텔 무료 사용 의혹=범행 장소로 지목된 서울 도화동 오피스텔은 H건설회사의 소유물이다. 이 회사 대표는 안 전 지사와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S씨(53)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자 등에 따르면 안 전 지사가 사용한 방은 전용면적 55.92㎡(16.9평)로 매매가는 3억8000만~4억원,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50만원 수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H건설은 지난해 8월 이 오피스텔을 매입했다. 안 전 지사는 이후 이 오피스텔을 이용하면서 따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 S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안희정 전 지사에게 빌려주거나 제공한 게 아니라 비밀번호만 알려줬다”며 “돈(사용료)을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가 오피스텔을 사용하고 이용료를 내지 않았다면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월세를 안 내고 사용했다면 김영란법 위반이다. 대가 관계가 있다면 뇌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에게 오피스텔을 제공한 H건설은 연 매출 800억원대 중소기업이다. 경기도 성남에 있다. 1999년 설립돼 주로 대우건설 도급을 받으며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교롭게도 안 전 지사는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대우건설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년형을 받았다.

대우건설 측은 해당 건설사에 도급을 준 것은 안 전 지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S씨는 90년 1월 대우건설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가 99년 6월 퇴사했다.

홍지유·정진호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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