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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못피한 트럼프發 '관세 폭탄'…세탁기ㆍ태양광에 이어 철강도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결국 트럼프 발(發) ‘관세 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산 철강의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 나아가 전 세계적인 무역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내 철강ㆍ알루미늄업체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내 철강ㆍ알루미늄업체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철강업계 노동자와 노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산 철강에는 25%, 알루미늄에는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내용의 철강ㆍ알루미늄 규제조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면제 혜택을 받았다. 효력은 서명 일로부터 15일 후 시작된다.

트럼프,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 #캐나다와 멕시코는 면제...한국 제외 기대 '물거품' #대미 수출 3위 철강 직격탄 #정부, 9일 긴급회의 열고 대응책 논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재협상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면제 혜택을 시사하면서 일각에선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 역시 면제국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나왔었다. 하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부터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 등 행정부와 의회 인사를 대상으로 한국을 규제조치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정부는 한국 기업이 현지 투자를 통해 미 경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한국산 철강이 미국의 안보와 경제에 전혀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뜻을 이루진 못했다.

이번 조치는 공교롭게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이 김정일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한 메시지를 들고 북미대화의 중재를 위해 2박 4일 일정으로 미국에 날아온 당일 이뤄졌다.

글로벌 무역 전쟁의 방아쇠를 잡아당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 파고가 거세지면서 한국으로선 지난 1월 세탁기ㆍ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에 이어 한 달여 만에 연타를 맞게 됐다. 대미 철강 3위 수출국인 한국 입장에서 철강까지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미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은 내림세였는데 낙폭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 국내 철강사의 미국 수출 비중은 2014년 17.7%로 고점을 기록한 뒤 계속해서 줄어 지난해 11.2%다. 2014년 당시부터 이미 강판(강철로 만든 판)과 강관(강철로 만든 파이프) 등 주요 제품에 관세가 적용되자 대미 수출량을 줄여온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철강재는 365만t이다. 캐나다, 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전년 대비로는 20만t 가까이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통상압박이 앞으로 더 세질 것이란 점이다. 그러면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대미통상전략 긴급점검 세미나’에서 미국의 무역 규제가 반도체, 자동차 부품으로 확대될 경우 5년간 수출 손실 규모가 최대 13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7일 전국경제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대미통상전략 긴급점검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세탁기·철강 부문에서 시작된 미국의 무역 규제가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까지 확대될 경우, 5년간 수출 손실 규모가 최대 13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

7일 전국경제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대미통상전략 긴급점검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세탁기·철강 부문에서 시작된 미국의 무역 규제가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까지 확대될 경우, 5년간 수출 손실 규모가 최대 13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

정부는 행정명령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한국에 대한 관세 면제를 지속해서 요구할 계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앞으로 유럽, 일본, 한국 등의 동맹국들이 관세 면제를 모색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라며 “한국의 경우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크지만, 당국자들은 한국이 값싼 중국산 철강 제품을 미국으로 보내는 주범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9일 백운규 산업부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트럼프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관세 면제를 위한 노력과 함께, 주요국과 공조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백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에 대해“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수입을 부당하게 제한한 조치”라며 “미국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또 “이번 조치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대미 철강 수출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마지막까지 범정부 차원에서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업함으로써 우리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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