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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가 기(氣) 받은 절 갈까, 현송월이 맛본 갈비찜 먹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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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우리의 겨울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운이 짙고 잔상이 또렷해서다. 아시아 최초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선수, ‘영미’ 열풍을 몰고 온 여자 컬링팀 등 올림픽으로 탄생한 슈퍼스타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방남했고 결국 역사적인 정상회담 발표까지 이어졌다.
올림픽을 이대로 보내는 것이 아쉽다면 올림픽 개최지 강원도 평창ㆍ정선ㆍ강릉으로 향하자. 9일부터 18일까지 평창 겨울패럴림픽이 열리면서 올림픽 열기가 재연될 분위기다. 경기를 관전해도 좋고, 올림픽 기간 동안 ‘깜짝 명소’로  떠올랐거나 접근이 어려웠던 곳을 들러 올림픽을 추억해도 좋겠다. 2018 겨울 올림픽을 곱씹을 만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이른바 ‘평창 올림픽이 낳은 관광명소 6’이다.

겨울 올림픽을 추억하는 명소 6 #배추보이 이상호의 정선 훈련장 #이방카가 머문 강문해변 호텔도 #

노르웨이 종합우승의 비밀은

올림픽 기간 동안 정기를 받으려는 외국 선수단의 발길이 오대산 월정사로 이어졌다.

올림픽 기간 동안 정기를 받으려는 외국 선수단의 발길이 오대산 월정사로 이어졌다.

야후스포츠 칼럼니스트 댄 베첼은 평창 올림픽 기간 중 ‘노르웨이에 메달 좀 그만 따라고 말하고 싶다’는 글을 게재했다. 전 세계의 질투와 부러움을 살 만큼 노르웨이는 올림픽을 말 그대로 ‘접수’했다. 금메달 14개로 소치 올림픽에 이어 종합 1위를 수성했다.

노르웨이의 선전에 덩달아 이목을 끈 장소가 있으니, 평창 진부면에 있는 천년고찰 월정사다. 오대산 자락 깊숙이에 자리한 산사가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와 엮인 사연은 이렇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내외가 2월 18일 월정사를 방문해 경내를 구경하고 사찰음식을 체험했다. 그 이후 노르웨이가 기(氣)를 받았다는 소문이 자연스럽게 퍼졌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올림픽 기간 중 폴란드ㆍ체코 등 각국 선수단의 발길이 월정사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월정사 국빈 방문 행사를 준비한 인광스님은 “사찰음식이 담긴 발우(그릇)를 깨끗이 비우고 예법대로 부처님께 절을 드리는 총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500원. 월정사 어귀부터 1㎞ 정도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을 걷는 여행도 추천한다.

황제의 방에 머물러볼까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 선수는 올림픽 기간에 휘닉스 평창 리조트에 머물렀다. 그가 머물렀던 객실이 숀 화이트 기념실로 꾸려진다. [사진 숀 화이트]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 선수는 올림픽 기간에 휘닉스 평창 리조트에 머물렀다. 그가 머물렀던 객실이 숀 화이트 기념실로 꾸려진다. [사진 숀 화이트]

‘키스 앤 크라이존’은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경기를 마친 후 눈물과 웃음을 짓는 대기 장소를 이르는 말이다. 미국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가 평창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반 원통형 슬로프) 금메달을 딴 평창 봉평면 보광 스노 경기장은 올림픽 팬에게 새로운 키스 앤 크라이존으로 기억될 만하다. 화이트가 경기를 마치자마자 선수와 코치진이 오열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2006년(토리노)과 2010년(밴쿠버) 올림픽에서 이미 금메달을 땄지만, 소치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던 화이트는 4년을 절치부심하며 평창을 준비해왔다. 완벽한 경기를 위해 그는 선수촌 대신 경기장 바로 앞에 캠프를 꾸렸다. 그가 2월 7일부터 16일까지 머물며 마음을 다잡은 곳이 휘닉스 평창 리조트 블루동 1003호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슬로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면적 130㎡의 객실이다. 휘닉스 평창은 숀 화이트가 기증한 스노보드, 기념사진 등으로 1003호를 숀 화이트 기념실로 꾸밀 예정이다. 물론 숙박이 가능한 특별 객실로 운영된다. 영화배우와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하는 화이트가 기념실 인테리어에 예술적 감각을 보태기로 했다. 선수가 미국에서 가져왔던 매트리스, 침구류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너구리 몰러 오세요

농심 감자연구소 자리에 들어선 여행객 휴게 공간 너구리마을. 커피와 라면을 맛보며 쉬어갈 수 있는 장소다.

농심 감자연구소 자리에 들어선 여행객 휴게 공간 너구리마을. 커피와 라면을 맛보며 쉬어갈 수 있는 장소다.

올림픽 고장 평창에 아담한 ‘테마파크’가 생겼다. 농심이 1982년부터 출시해 온 대표상품 ‘너구리’를 테마로 꾸민 너구리마을이다. 대관령면 횡계리 3300㎡ 부지에 너구리 캐릭터 조형물이 곳곳에 들어서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여행 사진을 찍으러 찾아온다. 2월 5일 문을 연 이후 4000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너구리마을은 농심 산하 감자연구소를 개조했다. 농심은 91년부터 2011까지 감자연구소에서 우리나라 주류종인 수미감자로 감자칩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했다. 감자칩 기술 특허 출원 이후 기능이 사라진 연구소를,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일반 여행객을 위한 휴게소로 꾸렸다.

너구리마을 카페에서 음료(아메리카노 4500원)를 주문하면 풍선ㆍ손난로ㆍ컵라면이 들어있는 기프트 박스를 준다. 라면과 음료는 카페테리아와 이어진 온실 카페에서 맛볼 수 있다. 호밀과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는 온실 카페는 과거 감자를 키우던 하우스 실험실이다. 너구리 캐릭터 인형(1만원)을 살 수 있는 팝업 스토어도 있다. 이달 31일까지 임시 운영한다. 개장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입장료 없음.

올림픽 메달이 영근 배추밭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 선수가 훈련했던 고랭지 배추밭 슬로프. 이 선수의 은사 김양래 전 정선군스키협회 회장(사진)이 스노보드 꿈나무와 함께 땀을 흘렸던 훈련장이다.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 선수가 훈련했던 고랭지 배추밭 슬로프. 이 선수의 은사 김양래 전 정선군스키협회 회장(사진)이 스노보드 꿈나무와 함께 땀을 흘렸던 훈련장이다.

우리나라 겨울 올림픽 역사 최초로 설상 종목에서 메달을 딴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은메달리스트 이상호(23) 선수. 이상호 선수의 별명이 ‘배추보이’다. 올림픽 메달의 꿈이 영근 장소가 다름 아닌 고랭지 배추밭이어서이다.

정선 사북읍 출신인 이 선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 이차원(52)와 함께 고한읍 소두문동 마을의 야산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은사 김양래(59)씨를 만났다. 당시 정선군스키협회 회장이었던 김씨는 98년 취미로 스노보드를 접한 뒤 강사 자격증을 딴 정선의 스노보드 선구자였다. 김씨는 정선의 청소년에게 스노보드를 전파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이듬해 소두문동 마을의 배추밭 1만3000여㎡를 400만원에 빌려 임시 슬로프를 만들었다. 제설기를 빌려와 배추밭에 두툼한 눈도 깔았다. 이로써 해발 1000m 고랭지 배추밭이 길이 100m에 이르는 슬로프로 거듭났다.

2006년 정선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이 개장하기 전까지 약 3000명의 청소년이 배추밭 슬로프에서 국가대표를 꿈꿨다. 이상호 선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김씨는 “리프트 없이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야 하니 하체 운동이 절로 되는 훈련장이었다”고 회상한다. 배추밭 슬로프 출신 스노보더들은 현재 고한 초ㆍ중ㆍ고등학교 스노보드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김씨는 정선군과 함께 소두문동 마을에 이상호 선수의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배추밭이 즐비한 산골이 대한민국 설상 종목의 성지가 될지 모를 일이다.

현송월이 맛본 강원도 퀴진

강릉 경포해변에 인접한 씨마크호텔은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사전점검단의 오찬 장소로 화제가 됐다. 사전점검단이 맛봤던 한식 코스메뉴.

강릉 경포해변에 인접한 씨마크호텔은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사전점검단의 오찬 장소로 화제가 됐다. 사전점검단이 맛봤던 한식 코스메뉴.

2015년 6월 개관한 강릉 씨마크호텔은 경포해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입지와 세련된 외관을 자랑하는 인기 호텔이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외 수영장에서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남기려는 젊은 여행객이 몰린다.

올림픽 기간에는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가 객실(150실) 대부분을 선점하는 바람에 일반 여행객의 숙박이 어려웠다. 심지어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앞두고 강릉을 찾은 현송월 단장 등 사전점검단도 묵지 못했다. 대신 사전점검단은 1월 21일 호텔 1층 레스토랑 셰프스테이블(Chef’s Table) 개별 룸 파인에서 식사했다. 사전점검단의 일거수일투족이 이슈화되면서 이들이 맛본 음식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도 커졌다.

씨마크호텔 김명수 총주방장은 “사전점검단 만찬은 강원도 식재료를 이용해 구성한 것으로 현재 똑같은 메뉴는 없다”면서도 “7코스 요리 ‘코리안 메뉴(1인 10만원, 세금·봉사료 포함)’를 선택하면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코리안 메뉴에는 북측 만찬에 제공된 양양송이를 곁들인 갈비찜이 포함됐다. 현 단장이 콕 집어 만족감을 드러냈던 메뉴다. 강릉의 숱한 두붓집에서 맛볼 수 없는, 구수한 초당두부들깨탕이 별미다.

이방카의 호텔이 궁금해?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머물다 간 강릉 세인트존스호텔 코너 스위트룸. [사진 세인트존스호텔]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머물다 간 강릉 세인트존스호텔 코너 스위트룸. [사진 세인트존스호텔]

언뜻 보면 동해바다에 대형 크루즈선이 정박한 듯하다. 강릉 강문해변에 들어선 세인트존스호텔 이야기다. 오는 4월 정식 개장을 앞두고 1월 22일 임시 개장한 호텔은 객실 1091실에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찜질방을 갖췄다.

올림픽 기간에는 세인트존스는 ‘철통 경호’ 구역이었다. 출입구마다 금속탐지기가 설치됐고, 호텔에 호텔 직원보다 경호원 수가 더 많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숙박업소로 지정되면서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 스위스 도리스 로이타르트 대통령을 비롯해 16개국 수장이 머물렀던 게 이유였다. VIP의 숙소였지만 숙박료가 혀를 내두를만한 가격은 아니다. 객실 1박에 조식과 음료 2잔이 포함된 패키지 가격이 20만5000원부터 시작한다. 세인트존스를 비밀스럽게 다녀간 VIP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도 있다. 지난달 24일 이방카가 체크인한 객실은 8069호. 객실 등급은 코너 스위트로 분류된다. 오전에 체크인한 이방카는 정면과 측면 통유리창에 펼쳐지는 동해바다를 감상하며 점심은 룸서비스로 즐겼단다.

평창·정선·강릉=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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