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최저임금 자화자찬 ­… 후유증 진화가 더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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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저임금위원회가 어제 임금 산입 범위를 놓고 최종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상여금과 수당을 산입 범위에 포함시키려 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 작업은 정부와 국회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만큼 혼란과 충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당장 물가 불안이 문제다. 연초 햄버거에서 시작된 외식업소의 가격 인상이 짜장면·고기업소를 거쳐 콜라·햇반·냉동만두·삼각김밥·샌드위치 등 일반 식품류에서 생수·목욕비·세차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과 택시 기본요금도 올리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이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 도미노를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런 부작용에는 눈을 감고 불분명한 효과를 자화자찬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인원이 100만 명”이라며 “이들이 최저임금의 실질적 혜택을 보게 됐다는 것만 해도 작지 않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현실을 보면 이런 낙관적 해석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올 1월 중 고용동향에서 청년 등 최저임금 대상자가 많은 1년 이하 임시직에서 9만4000명, 일용직에서 6만9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취약계층이 오히려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청년일자리 추경도 꼭 필요하면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추경 중독증과 포퓰리즘에 빠졌다는 지적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추경에 이어 올해 429조원의 수퍼예산을 편성하고도 또다시 추경이라니 선심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안정자금에도 3조원의 국민 혈세를 편성했다. 이런 두더지 잡기식 땜질 보완책으론 최저임금 혼란을 해소할 수 없다. 지금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라도 조정해야 그나마 혼란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