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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겐세이’ 놓을 때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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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겐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3·1절을 앞둔 시점인 데다 일제 잔재를 없애려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국회에서 일본말을 섞어 쓴 데 따른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세계화 시대에 일본어 사용만 문제 삼느냐며 두둔했지만 의정활동 중 ‘겐세이’ 같은 단어를 쓰는 의원이 적지 않아 경각심이 요구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중간에서 겐세이 놓으신 거 아닙니까?”라는 발언뿐만이 아니다. “겐세이 놓고 끼어들면 길어지니까 가만히 있으라” “소위 겐세이를 놓는 그런 말씀을 여러 차례 하는 것을 제가 봤고요” 등이 모두 국민을 대표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왔다.

‘겐세이(けんせい)’는 한자어 ‘견제(牽制)’를 일본 한자음으로 읽은 말이다. 우리에겐 당구 용어로 익숙하다. 최근엔 게임 용어로도 입에 오르내린다. 상대가 정상적인 경기를 못하게 방해한다는 의미다. 흔히 “겐세이 하다” “겐세이 놓다”고 말하는데 일상에선 대화 중 제삼자가 참견하듯 끼어들 때 사용한다. 대화 내용에 따라 “훼방 놓다” “방해하다” “가로막다” “견제하다” 등 우리말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대한당구연맹에서도 ‘겐세이’를 ‘견제’ ‘수비’ 등으로 다듬은 지 오래다. ‘견제’는 우리말에서도 통용되는 한자어라 어색하지 않다. 우리 한자음으로 바꿔 쓰기만 하면 된다. 우리말을 두고 ‘겐세이’라고 표현할 이유가 없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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