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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제일호 침몰 사건...해경 "악천후 속 무게 중심 잃고 전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 통영 연안에서 59t급 쌍끌이 저인망 어선이 악천후 속에 조업에 나갔다가 배가 뒤집혀 4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3명은 구조됐다. 경찰은 어선이 전복된 채 발견된 곳이 조업금지구역이어서 해당 어선이 불법 조업을 하다 사고를 낸 것인지를 조사 중이다.

6일 오후 11시 34분쯤 통영 좌사리도 남서방 2.5해리 해상에서 #V-PASS 고장나거나 꺼 놓고 작업 중 큰 파도에 무게 중심 잃어 #59t 쌍끌이 저인망어선 전복-한국인 선원 등 8명 사망·실종 #

특히 해당 어선은 자동 선박 위치 발신장치(V-PASS)가 고장난 채 출항을 했고, 함께 조업에 나선 같은 회사 소속 또 다른 어선(59t)도 V-PASS를 꺼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외해에서만 조업이 가능한 해당 어선들이 내해인 조업금지구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기 위해 V-PASS를 일부러 꺼놓은 것인지도 조사 중이다. V-PASS를 일부러 꺼 놓으면 레이더에 위치는 나타나지만 선박의 정보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 알 수 없어 조난이나 침몰 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어 불법이다.

제11 제일호 전복 위치.[연합뉴스]

제11 제일호 전복 위치.[연합뉴스]

7일 통영 해경에 따르면 6일 오후 11시34분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 좌사리도 남서방 4.63km 해상서 59t급 쌍끌이 저인망 어선 제11 제일호가 전복했다. 인근에 있던 같은 선단의 제12 제일호가 사고 당시 “배가 넘어간다”며 무전으로 통영 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신고했다. 사고 배에는 선장 이모(57)씨 등 한국인 6명과 베트남인 5명이 승선해 있었다. 이 가운데 베트남인 3명이 목숨을 구했으나 선장 이모(57), 통신사 백모(57), 선원 안모(58)씨 등 4명이 숨지고 4명은 실종 상태다.

신고가 접수될 당시 사고 해역에는 북동풍이 초속 14~18m로 강하게 불었고 파도가 최고 3m로 높게 일었다. 사고해역은  6일 오전 11시부터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풍랑주의보 발효시 15t 미만 선박만 출항이 금지된다. 59t급인 제11·12 제일호는 출항금지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경찰은 생존자로부터 “함께 고기 잡이를 끝낸 뒤 배가 뒤집어졌다”는 진술을 확보해 제11·12 제일호 등이 조업금지구역에서 무리하게 조업을 하다 큰 파도를 맞아 전복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베트남 생존자 마이쑤언람(28)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고기잡이 작업을 마치고 그물도 다 끌어올린 상태에서 파도가 치면서 배가 옆으로 뒤집혔다”며 “배가 뒤집힐 때 다른 베트남 생존자 2명과 함께 물에 뛰어들어 구조됐다”고 말했다.

사고 선박 모습. [연합뉴스]

사고 선박 모습. [연합뉴스]

제11·12 제일호는 3월 2일 경남 사천시 삼천포항에서 출항했다. 이후 3월 5일 오후2시 다시 삼천포항으로 재입항했다가 이틀날 오후 2시 30분쯤 다시 출항했다. 이 과정에 해경에 입출항 신고를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통영 앞바다에는 5일 오전 5시 풍랑주의보가 발령됐고, 오전 9시쯤 경보로 격상됐다. 경찰은 59t급 제11·12 제일호가 풍랑경보가 발령돼 항해 및 조업을 할 수 없어 삼천포항으로 임시 피항했다 다시 조업을 나간 것인지를 조사 중이다.

해경의 구조작업은 사고당일 오후 11시 53분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구조대원들이 입수해 선체 수색을 시작한 건 7일 오전 1시40분 경부터다. 구조대는 먼저 전복된 선체를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었다. 이어 선박 안에 들어가 수중수색을 벌인 끝에 조타실과 식당에서 선장과 선원 2명을 발견했으나 호흡과 의식,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

사고 위치도.[통영해경]

사고 위치도.[통영해경]

사고 위치도.[통영해경]

사고 위치도.[통영해경]

해경은 현재 항공기 6대, 경비함정 27척, 항공기 3대, 해군함정 2척, 민간어선 24척을 동원해 순차적으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한편 쌍끌이 저인망 어선은 바다 저층에 서식하는 어류를 잡기 위해 양측의 선박이 배 간격을 좁혀 긴 자루그물을 끌어올려 고기를 잡는다. 삼치와 전어 등 다양한 어종을 잡는다. 하지만 물고기가 잡힌 그물이 무거워 그물을 끌어올리는 작업(양망) 과정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사고수습 중인 통영해경.[사진 통영해경]

사고수습 중인 통영해경.[사진 통영해경]

통영·사천=황선윤·위성욱·이은지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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