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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매직 다시 한번 … ‘오성 어벤저스’가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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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한국 휠체어컬링대표팀의 서순석·정승원·방민자(왼쪽부터)가 이천훈련원 컬링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대표팀은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8년 만에 패럴림픽 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국 휠체어컬링대표팀의 서순석·정승원·방민자(왼쪽부터)가 이천훈련원 컬링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대표팀은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8년 만에 패럴림픽 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패럴림픽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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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나간다.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이룩한 여자 컬링 대표팀의 신화 재현에 나선다.

장애 이긴 휠체어 컬링 대표 드림팀 #남4+여1 혼성, 5명 모두 성씨 달라 #스위핑 않고 긴 장대로 스톤 밀어 #불의의 사고로 몸 다친 역경 극복 #“컬링 없었다면 사회 못 나왔을 것” #최근 우승후보 노르웨이 2번 꺾어 #밴쿠버 이후 8년 만에 메달 가능성

컬링은 평창올림픽에서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안겨줬다. 특히 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따낸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화제가 됐다. 스킵(주장이자 마지막에 투구하는 선수) 김은정(28)은 무표정한 얼굴로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려 ‘안경 선배’란 별명을 얻었다. 그가 외친 “영미~”는 국민적인 유행어가 됐다.

장애인들이 출전하는 패럴림픽에도 컬링 경기가 열린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선수들이 휠체어를 타고 경기를 펼친다는 것이다. 휠체어에 탄 채 경기를 하기 때문에 얼음판을 쓰는 스위핑은 하지 않는다. 자연히 투구를 하는 선수도 ‘헐’ ‘얍’과 같은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영미’를 외칠 일도 없다. 휠체어컬링 대표팀 스킵 서순석(47·스킵)은 “휠체어컬링에선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 대신 실수를 하면 만회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확하게 투구를 해야한다”고 했다.

휠체어컬링이 다른 점은 또 있다. 허리를 숙이기 어렵기 때문에 선수들은 딜리버리 스틱이라고 불리는 긴 장대를 써서 스톤을 밀듯이 하우스로 보낸다. 투구를 하는 선수 뒤에선 다른 선수가 붙어서 휠체어를 잡아준다.

선수 구성도 다르다. 남·녀로 구분된 비장애인 경기와 달리 휠체어컬링은 혼성 경기로 열린다. 한국 대표팀은 서순석·차재관(46·세컨드)·정승원(60·서드)·이동하(45·서드) 등 남자 4명과 홍일점인 방민자(56·리드)로 구성됐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이동하·정승원·방민자·서순석·차재관(왼쪽부터). 패럴림픽 휠체어컬링은 혼성 경기로 치러진다. 대표팀 선수들은 5명의 성(姓)이 각기 다르지만 팀워크는 끈끈하다. [장진영 기자]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이동하·정승원·방민자·서순석·차재관(왼쪽부터). 패럴림픽 휠체어컬링은 혼성 경기로 치러진다. 대표팀 선수들은 5명의 성(姓)이 각기 다르지만 팀워크는 끈끈하다. [장진영 기자]

컬링 팀은 스킵의 성(姓)을 붙여 부르기 때문에 여자컬링 팀은 ‘팀 킴’으로 불렸다. 공교롭게도 5명 전원이 김씨여서 ‘가족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서순석은 “우리는 5명이 각기 성이 다르다. ‘오성(五姓) 어벤저스’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다섯 선수는 실제로 모두 역경을 이겨낸 ‘영웅’이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게 아니라 사고로 몸이 불편해졌지만 스스로 극복해냈다.

서순석은 22세이던 1993년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척수장애자가 됐다. 지금도 정확하게 사고를 당한 날을 기억한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 자바 자격증을 따냈지만 장애인인 그를 고용하려는 곳은 많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휠체어컬링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중학교 시절 야구선수를 활약할 정도로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졌던 그는 마흔살에 컬링을 시작했고, 4년도 되지 않은 2014년 소치패럴림픽에 출전했다. 당시 9위에 머물렀던 그는 평창에서 재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서순석은 “이번에는 가족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홍일점 방민자는 25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됐다. 사고 이후 그는 10년 동안 방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여동생의 조언으로 장애인복지관을 찾아 수공예를 배우던 그는 론볼(잔디 위에서 하는 컬링과 비슷한 경기)을 처음 접했다. 이후 컬링을 시작했고, 패럴림픽에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방민자는 “컬링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사회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아껴준 어머니와 동생에게 메달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막내 이동하는 추락사고, 정승원과 차재관은 산업재해로 장애자가 됐다.

한국 휠체어컬링은 2010 밴쿠버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거둔 성과는 기적에 가까웠다. 비장애인 선수들이 쓰는 훈련장이 빈 시간을 틈타 겨우 연습을 할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일궈낸 결과였기 때문이다. 대회 직전엔 이천 장애인훈련원 수영장을 얼려서 훈련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해외 전지훈련을 하면서 세계적인 강팀과 겨룰 만한 실력을 쌓았다. 지난해엔 훈련원 내에 전용컬링장도 완성돼 마음껏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비디오 분석시스템과 전력분석원까지 갖췄다. 대표팀 구성에도 변화를 줬다. 종전까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한 팀이 패럴림픽에 출전했지만 이번에는 8명의 선수를 선발한 뒤 최종 평가를 통해 5명을 추렸다. 진정한 의미의 ‘드림팀’인 셈이다.

8년 만의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도 크다.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지난 1월 키사칼리오 오픈에선 준우승을 했고, 지난달 브리티시 오픈에선 전승으로 우승했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노르웨이도 2번이나 이겼다. 백종철 감독은 “1차 목표는 4강 진출이다. 11경기 중 7승 이상을 거두면 준결승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 충분히 메달획득도 바라볼 만 하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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