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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80억원대 자산 몰수 명령 받은 ‘국민 밉상’ 전직 美 CEO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6년 미 청문회에 참석한 마틴 슈크렐리 전 튜링 CEO.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6년 미 청문회에 참석한 마틴 슈크렐리 전 튜링 CEO.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법원이 증권사기 등 혐의를 받는 전직 제약사 CEO 마틴 슈크렐리에게 736만 달러(79억원)의 자산 몰수 명령을 내렸다. 그는 과거 무려 55배에 달하는 ‘약값 폭리 논란’을 일으켜 미국 시민들의 공분을 산 인물이다. 미 언론에서 ‘미국서 가장 미움받는 남자(the most hated man in America)’라고 부를 정도다.

증권 사기 혐의 마틴 슈크렐리, 법원에 736만 달러 자산 몰수 명령 받아 #FT “그가 소유한 랩퍼 릴 웨인 앨범, 피카소 그림까지 몰수될 듯”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브루클린 법원이 슈크렐리에게 이같은 자산 몰수 명령을 내렸다고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과거 헤지펀드인 MSMB캐피털, 바이오기업 레트로핀을 운영하며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등 8가지 혐의로 기소됐고 이중 3건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은 바 있다.
이 혐의로 슈크렐리는 앞서 지난 2015년 말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었다.

몰수 자산에는 슈크렐리의 500만 달러(54억원) 가량 E-트레이드(전자주식 거래) 계좌 뿐 아니라 그가 소유한 피카소 그림, 랩퍼 릴 웨인의 앨범도 포함된다. 또 지난 2015년 그가 무려 200만 달러(21억원)를 들여 사들인 힙합 그룹 우탱클랜의 희귀 앨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소림사(Once Upon a Time in Shaolin)’도 몰수될 예정이라고 FT는 전했다.

슈크렐리는 악명높은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제약회사 튜링의 CEO 출신이다. 튜링을 설립한 지난 2015년에는 에이즈 치료제인 다라프림의 제조권을 사들인 뒤 제조 원가가 1달러였던 약값을 1정당 13.5달러에서 750달러로 무려 55배 끌어올렸다. 약값 폭리 논란으로 소환된 청문회에에서도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비웃는 표정과 말투로 일관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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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증권 사기 재판을 받던 지난해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구든 (힐러리) 클린턴의 머리카락 한올을 잡아 가져오는 사람에게는 5000달러를 주겠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클린턴의 DNA와 대조를 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정부 당국은 수사에 착수했고, 북투어 중이던 클린턴 전 장관의 경호도 강화됐다.
앞서 증권 사기 혐의로 구금됐다가 500만 달러(54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던 슈크렐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재구금 조치됐다.

오는 9일 형 선고가 예정된 슈크렐리는 최고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앞서 법원에 1년에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요청하며 선처를 바랐던 슈크렐리 측 변호인은 관련 코멘트 요청을 거부했다고 FT는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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