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전직 검사, 아직 귀국 안 해… 미국서 소환일정 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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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조희진 서울 동부지검장. [뉴스1]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조희진 서울 동부지검장. [뉴스1]

후배검사 등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전직 검사 A씨가 해외 연수차 거주 중인 미국에서 검찰과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 측은 전날 검찰 내 성범죄 사건을 전수조사하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에 연락해 소환 일정이 정해지면 검찰에 자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조사단은 A씨를 5일 조사할 예정이었다. 출석 예정일이 임박했는데도 이렇다 할 의사를 알려오지 않자 조사단은 A씨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와 출국 금지 조처를 내렸다. 또한 별다른 답변이 없으면 5일 자정을 기준으로 여권 무효화 조치 등 강제처분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출석 예정일인 5일 밤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히며 일정 조율에 나섰다. 다만 A씨는 아직 미국에 체류하고 있고, 현지에서 정리할 일이 남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소환조사는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출석 일정을 정해 놓고 그때까지 귀국하지 않을 경우, 조사단이 강제귀국 조치를 밟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무효화를 위해서는 우선 검찰이 외교부를 통해 A씨에게 여권 반납을 통보해야 한다. 통보 내용이 A씨에게 전달되지 못한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여권 반납을 통보했다는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

이후에 A씨가 여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외교부를 통해 여권을 무효화한 후 인터폴에 A씨의 수배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A씨의 신병이 확보된 후에는 미국 정부와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적어도 한 달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검찰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한편, A씨는 검사 재직 중이던 2015년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한 후배검사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논란이 불거지자 사표를 제출했고, 별다른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은 채 옷을 벗었다. 이후 A씨는 대기업에 취업했다. 하지만 피해자로 알려진 검사는 2차 피해를 우려해 그에 대한 감찰 내지 조사를 해달라는 의사를 표시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단은 A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더 있다는 추가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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