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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주문 몰려온다” 모처럼 웃는 빅3 조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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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해 들어 5일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54.1%가 올랐다. 잇따른 선박 수주 소식이 올해 초부터 주가 상승을 이끄는 것이다. 다른 조선사도 비슷한 분위기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역시 5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각각 7.7%, 14.9%가 올랐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조선업체와 투자자 간 미팅은 아주 오랜만에 화기애애했다”며 “특히 중국 조선사의 기술력이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많은 투자자가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는 지금 선박 수주 봄바람 #국제유가 오르고 세계경제 호조 #LNG선 해외발주 최근 크게 늘어 #올들어 수주액 작년비 16% 증가 #최악 피했지만 실적악화 우려 여전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내 조선사들이 연초부터 ‘수주 낭보’를 올리며 순항 중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 등 조선 3사의 올해 2월 말 누적 수주액을 합하면 4조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 증가했다.

수주 계약은 지난주부터가 피크였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액화천연가스선(LNG) 운반선 2척과 초대형 원유운반선 3척을 수주한 데 이어, 이달 2일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을 재차 수주했다. 금액으론 8억 달러(약 8650억원) 어치다. 현대중공업도 지난달 26일 이후 원유·가스운반선 등 일주일새 총 6척, 5억 달러(약 5410억원) 어치를 수주했고, 이날도 LNG선 2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이날 초대형 LNG선 1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박준수 현대중공업 부장은 “지난해보다 선박 발주 시황이 좋아지고 있다”며 “국내·외 선사를 대상으로 한 수주 영업에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이처럼 수주 성과를 내는 이유는 세계 경제성장률과 국제 유가 등 거시경제 변수가 조선업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오른 수치다. 경제성장률이 개선되면 글로벌 물동량이 늘어 상선과 컨테이너선의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국제 유가가 배럴당 82.50달러(브렌트유 기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원유 운반선이나 해양 플랜트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요인으로 조선 업황 가늠자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클락슨의 ‘신조선가 지수’도 상승세다. 이 지수는 2016년 말 123에서 지난해 말 125로, 이달 2일에는 126으로 올랐다. 신조선가 지수란 새로 건조한 배의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1988년 1월 선박 가격을 100으로 보고 매달 가격을 종합한 수치다. 신규 선박 건조 수요가 늘면 신조선가 지수도 오르게 된다.

미국·러시아 등이 본격적으로 천연가스 생산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LNG선 발주도 늘어날 조짐이다. 글로벌 에너지업체 셸에 따르면, 전 세계 LNG 생산능력은 2016년 2억6400만t에서 2019년 3억7800만t으로 43% 늘어날 전망이다. 셸은 2020년부터 LNG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보여 당장 생산 설비 투자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전홍식 삼성중공업 상무는 “올해 미국 모잠비크의 신규 LNG 플랜트에서만 약 45척의 LNG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업계가 2020년부터 LNG 운반선 부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으로 관련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진 중인 선박 환경규제 도입도 국내 조선업계에 긍정적 요인이다. 내년 9월부터 모든 선박에 평형수처리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2020년부터 온실가스인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강화하면 친환경 선박 제작 기술 우위가 있는 국내 조선사의 일감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최악은 지나갔지만, 좋은 소식만 있는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보다 양호한 수주 실적을 올리겠지만, 영업 실적 면에서는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체 간 수주 경쟁 과열과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조선 3사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줄었고 올해에도 10~20%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매출이 위축되는 가운데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은 더욱 커져 올해도 영업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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