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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예뻐지고 싶어? 여기로 놀러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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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덕’의 뷰티 공간
최근 ‘코덕’(‘코스메틱’과 ‘덕후’를 합성한 신조어) 사이에서 ‘성지’로 불리는 곳이 있다. 다양한 제품을 자유롭게 체험해볼 수 있는 헬스&뷰티(H&B) 스토어와 취향에 딱 맞는 제품을 한곳에 모은 뷰티 편집숍이 그곳이다. 민낯으로 들어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강남역 일대 ‘뷰티 놀이터’ 현장을 찾았다. 

시코르 플래그십 강남역점을 찾은 젊은 여성들이 지하 1층 ‘헤어 셀프바’에 마련된 체험 존에서 헤어 드라이어를 사 용해보고 셀카를 찍고 있다.

시코르 플래그십 강남역점을 찾은 젊은 여성들이 지하 1층 ‘헤어 셀프바’에 마련된 체험 존에서 헤어 드라이어를 사 용해보고 셀카를 찍고 있다.

화장품이나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은 한은현(27·서울 능동)씨는 요즘 H&B 스토어나 뷰티 편집숍을 자주 찾는다. 여러 브랜드를 한곳에서 체험한 뒤 구입할 수 있어서다. 한씨는 “직접 써보고 내게 맞는 화장품을 구입하기에는 일반 매장보다 여러 브랜드가 모여 있는 편집숍이 효율적”이라며 “공간도 넓고 즐길 거리가 다양해 놀러 가는 기분으로 들르게 된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vs 시코르

올리브영 강남본점 ‘스마트테이블’(왼쪽 사진)과 시코르 플래그십 강남역점 ‘스타일바엑스’.

올리브영 강남본점 ‘스마트테이블’(왼쪽 사진)과 시코르 플래그십 강남역점 ‘스타일바엑스’.

한씨와 같은 ‘코덕’들이 요즘 서울 강남역 일대로 모여들고 있다. 주요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이곳에 연일 새로운 매장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 H&B 스토어의 선두인 올리브영이 지난해 9월 강남본점을 오픈했고, 12월에는 신세계백화점이 뷰티 편집숍 ‘시코르’를 열었다. 인근에 뷰티업체가 속속 들어서면서 강남역 일대는 새로운 ‘뷰티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시코르가 올리브영 강남본점과 불과 100m 떨어진 거리에 플래그십 강남역점을 개점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코르는 랑콤·맥·나스·바비브라운·메이크업포에버·슈에무라 같은 백화점 입점 고급 브랜드를 고루 갖춰 백화점 1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럭셔리 브랜드 외에도 신세계 바이어가 직접 발품을 팔아 입점시킨 국내외 핫한 뷰티 브랜드, 온라인에서는 입소문이 났지만 오프라인에서 볼 수 없는 중소 뷰티 브랜드도 입점했다. 그중 대표적인 브랜드 ‘헉슬리’는 시코르 입점 이후 브랜드 매출이 5배 규모로 뛰었다. 올 2월에는 백화점 단독 매장을 열었고, 해외 수출도 활발하다.

시코르 플래그십 강남역점의 매력은 체험형 공간이라는 점이다. 지하 1층에 화장품 샘플을 마음껏 써볼 수 있는 ‘메이크업 셀프바’를 설치하고, 각종 브러시, 드라이어, 고데기 등 스타일링 기기를 이용해 셀프 헤어 스타일링을 즐길 수 있는 ‘헤어 셀프바’도 마련했다. 소비자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전문 아티스트로부터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신세계는 2016년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을 시작으로 5개의 시코르 매장을 잇따라 오픈했다. 백화점에 잘 가지 않던 20~30대가 시코르 덕분에 백화점을 찾는 ‘시코르 효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에 입점한 샤넬·맥 매장은 지하 1층 시코르 옆에 새 매장을 열었다. 기존 백화점 매장과 달리 ‘셀프바’를 도입하고 ‘코덕 마케팅’을 활용하는 등 시코르 전략을 그대로 따왔다. 신세계백화점 이은영 화장품팀장은 “시코르는 그동안 온라인 등에 밀리던 백화점 화장품 매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며 “2030 젊은 세대의 유입이 많다 보니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관심도 높다”고 설명했다.

가성비 vs 럭셔리

시코르가 ‘럭셔리’로 승부수를 띄웠다면 올리브영은 ‘가성비’를 내세운다. 올리브영은 인기 중소 브랜드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난 인디 브랜드부터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범위를 넓혀 가성비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입점한 ‘아로마티카’와 ‘23years old’를 비롯해 이듬해인 2015년 ‘네오젠’ ‘에이프릴스킨’ ‘파파레서피’ 등을 판매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향상됐다. 2016년 2월 올리브영에 입점한 ‘미팩토리 3단 돼지코팩’은 온라인에서 ‘국민코팩’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올리브영 강남본점 1층에는 이러한 ‘인디 브랜드’를 소개하는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기존 매장과 달리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디지털 기기를 대거 설치한 점이 눈에 띈다. 가상 메이크업이 가능한 태블릿PC, 얼굴 피부 나이를 측정해주는 ‘스마트미러’, 제품 정보를 표시해주는 ‘스마트테이블’ 등이다. 체험형 콘텐트를 곳곳에 배치한 강남본점은 개장 100일 만에 방문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신은경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강남본점은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매장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이색적인 경험을 선보인 덕분에 일반 올리브영 매장과 비교했을 때 10배 많은 소비자가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올리브영 같은 H&B 스토어를 비롯해 뷰티 편집숍이 소비자에게 ‘놀이터’와 같은 공간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브랜드 구분 없이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실시한 H&B 스토어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이 H&B 스토어를 방문한 경험이 있었다. 주 이용 목적은 제품 구입이 57.5%로 가장 높았다. 제품을 구경하거나(30.8%) 샘플 사용 및 체험하려는(11.7%)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단순히 제품을 구입하는 장소로 국한하지 않고 제품을 체험하고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뷰티 전문 마케팅기업 뷰스컴퍼니 박진호 대표는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고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 때문에 H&B 스토어나 편집숍이 뜨고 있다”며 “단일 브랜드 매장도 체험존을 갖추거나 감각적인 콘셉트를 강조한 매장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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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진 기자(jinnylamp@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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