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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포스텍, 학점 교환·교수 공유 … 공동학위도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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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포스텍 학생 A씨는 이번 학기 수업 절반을 연세대에서 듣는다. 평소 관심 있던 다양한 인문·사회학 수업을 선택한 그는 온라인을 통해 연세대 학생과 동일한 과목을 수강했다. 연세대 대학원생 B씨는 포스텍이 보유한 입자가속기를 활용해 실습했다. 그는 방학 때에는 포항에 와서 포스텍 기숙사에서 자며 이 대학 계절학기 수업을 이수할 예정이다.

연세대-포스텍 5일 '공유 캠퍼스' 선언 #학점·연구는 물론 학위·교수진도 공유 #바이오, 미래도시 분야 공동연구 #"연세대 인문사회, 포스텍 공학 합해 시너지"

김용학 연세대 총장(왼쪽)과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2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공유캠퍼스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국내 대표적 사학인 두 대학 총장들은 "부분 협력을 넘어 먼 미래에는 두 대학을 합쳐볼 순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김용학 연세대 총장(왼쪽)과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2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공유캠퍼스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국내 대표적 사학인 두 대학 총장들은 "부분 협력을 넘어 먼 미래에는 두 대학을 합쳐볼 순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이르면 올해 2학기부터 연세대와 포스텍에서 보게 될 모습이다. 두 대학이 올해부터 교수와 학생, 연구와 시설, 강의 및 학위 등을 전면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5일 서울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 이런 내용의 '개방·공유 캠퍼스 선언'을 발표했다.

두 대학의 '공유 실험'은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등 전방위로 이뤄질 전망이다. 그동안 대학들이 지역별로 인근 대학과 연합체를 구성한 사례는 많았다. 하지만 연세대와 이공계 특성화대학인 포스텍의 연합은 양 대학이 한국의 대표적 사립대인 데다 물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고, 성격도 매우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장 이번 학기부터 두 대학의 연구협력이 시작된다. '바이오 메디컬'과 '미래도시' 분야부터 공동 연구를 시작해 점차 분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포스텍의 공학, 연세대의 의료분야 연구력이 결합하면 바이오 메디컬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버드대의 의료,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공학을 결합한 모델인 하버드대 비스(Wyss)연구소 같은 것을 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텍 캠퍼스 [중앙포토]

포스텍 캠퍼스 [중앙포토]

학생 교육 분야의 공유 프로그램은 이르면 다음 학기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상호 학점과 강의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두 대학의 교수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집중 강의'도 도입한다. 나아가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이수할 경우 두 대학 학위를 동시에 받는 '공동학위제'도 추진한다. 교육 분야 교류는 우선 대학원에서 먼저 시행하고 학부로 확대한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빼어난 교수를 두 대학이 함께 쓴다는 점"이라며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적 자원의 공유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두 대학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교육 콘텐트를 공동 제작할 계획이다. 이러한 콘텐트는 두 대학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학과 기관에도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김도연 총장은 "폐쇄적인 대학 문화를 허물어야 한다고 본다. 두 대학뿐 아니라 누구든 좋은 강의를 만들어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연구 장비나 실험실, 온라인 강의 플랫폼 등의 교육 인프라 공유도 이뤄진다. 특히 포스텍이 구상하는 '블록체인 캠퍼스'를 두 대학에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암호화폐를 통한 캠퍼스 생활이 가능하고, 위변조가 어려운 학생증을 사용해 학내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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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학 총장은 공유 캠퍼스 실험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기존 방식으로는 대학 발전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대학이 국제적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연세대에는 오랜 역사, 인문·사회과학의 힘이 있고, 포스텍에는 뛰어난 공학 분야 연구 인력, 지역 사회와의 협력 문화 등이 있는데 이를 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얘기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중앙포토]

연세대 신촌캠퍼스 [중앙포토]

두 대학이 협력하면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연구 성과가 많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글로벌 학술정보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강윤희 컨설턴트는 "세계적으로 대학 간 연구 협력에선 질 높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한국 대학은 이런 협력에 소극적인 편이었다. 국내 대표적 연구기관인 연세대와 포스텍의 긴밀한 협력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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