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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축제’ 아카데미 90년, 첫 흑인 감독상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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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 개봉한 영화 ‘겟 아웃’.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각 영화사]

지난해 개봉한 영화 ‘겟 아웃’.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각 영화사]

5일(현지시간 4일) 미국 LA에서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후보선정부터 다양성이 엿보인다. 성폭력 반대 캠페인 ‘타임스업(Time’s Up)’과 ‘미투(#MeToo)’가 전 세계를 휩쓸기에 앞서 지난해 아카데미상은 흑인 성소수자의 성장영화 ‘문라이트’에 작품상을 안기며 ‘백인들만의 축제(#OscarsSoWhite)’란 오명 씻기에 나섰다. 1929년 아카데미 시상식 탄생 이래 한 번도 없었던 기록을 세울 수 있는 후보들을 미리 살폈다.

오늘 시상식 결과에 관심 쏠려 #메릴 스트립 4번째 트로피 도전 #블랙파워·미투바람 여파에 촉각

저예산 코믹 공포영화 ‘겟 아웃’의 조던 필레 감독은 90년 만의 첫 흑인 감독상을 노린다. 4년 전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이 흑인 감독 최초로 작품상을 받았지만, 감독상은 흑인 수상이 한 번도 없던 대표적 부문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겟 아웃’은 작품·각본·남우주연도 후보다.

올해 개봉할 영화 ‘레이디 버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각 영화사]

올해 개봉할 영화 ‘레이디 버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각 영화사]

배우 겸 감독 그레타 거윅은 자전적 성장영화 ‘레이디 버드’로 여성으론 5번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그동안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수상자는 8년 전 이라크전 영화 ‘허트 로커’로 전 남편 제임스 캐머론(‘아바타’)을 제친 캐서린 비글로 감독이다.

메릴 스트립

메릴 스트립

메릴 스트립은 연기상 최다 후보 지명 기록(21번째)을 자체 경신했다. ‘더 포스트’(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서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한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을 연기해 여우주연상 후보에 또 올랐다. ‘철의 여인’ ‘소피의 선택’으로 여우주연상,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그가 4번째 트로피를 받을 경우 배우 캐서린 헵번과 공동으로 역대 최다 연기상 수상 기록이다.

도전자는 강력하다. ‘쓰리 빌보드’(감독 마틴 맥도나)에서 잔혹한 범죄에 딸을 잃은 엄마를 연기한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이미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에서 물고기 인간과 사랑에 빠진 청소부를 연기한 샐리 호킨스도 강력한 후보다.

이 영화의 옥타비아 스펜서는 ‘헬프’(수상), ‘히든 피겨스’(후보)에 이어 세 번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상 수상 뒤 다시 후보에 오른 흑인 여성 배우는 그가 유일하다.

크리스토퍼 플러머

크리스토퍼 플러머

남우주연상 부문에선 23세 신인 티모시 샬라메가 역대 최연소 수상에 도전한다. 성정체성에 눈뜬 소년의 첫사랑을 그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주연이다. 지금껏 최연소 수상자는 2003년 홀로코스트 영화 ‘피아니스트’로 30세에 수상한 애드리언 브로디. ‘나의 왼발’ ‘데어 윌 비 블러드’ ‘링컨’ 등 남우주연상을 세 번 받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은퇴 선언 이후 마지막 작품 ‘팬텀 스레드’(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다시 올랐다.

‘미투’로 퇴출당한 케빈 스페이시 대신 납치 실화 영화 ‘올 더 머니’(감독 리들리 스콧)에 긴급 투입돼 재촬영을 마친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남우조연상 후보로 역대 최고령(89세) 수상을 노린다. 6년 전 ‘비기너스’로 83세에 남우조연상을 받아 이미 연기상 최고령 기록을 세운 주인공이다.

촬영상은 사상 첫 여성 후보가 나왔다. 세계대전 후유증과 인종차별을 담은 동명 소설이 원작인 ‘머드 바운드’의 촬영감독 레이첼 모리슨이다. ‘스트롱 아일랜드’로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른 얀스 포드 감독은 트랜스젠더 감독으론 첫 수상에 도전한다. 형의 죽음을 토대로 미국의 인종차별적 시스템을 파헤쳤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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