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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절망의 ‘25시’를 희망의 ‘0시 50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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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박갑동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 대외협력처장

박갑동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 대외협력처장

지금 우리는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플랫폼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가락국수와 ‘대전발 0시 50분’의 정취가 있는 기차역 플랫폼과는 발전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첨단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플랫폼으로, 가상과 현실을 빠르고 쉽게 연결하는 무한한 잠재력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

아쉽게도 우리의 플랫폼 경쟁력은 아시아를 넘지 못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보다 기존 고객의 재분배에 머무르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고객을 모으고 연결하면서 긍정의 영향을 주는 생태계도 취약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플랫폼의 파도에 맞서 우리는 무엇부터 집중해야 할까? 과학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네 개의 ‘인프라 플랫폼’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대학이 주도하는 학술대회다. 관심도, 참여율, 토론의 열기, 지식·기술의 다양성에서 학회가 예전 같지 않다. 산학연 전문가들의 참여와 심층 토론을 통해 다양한 씨앗을 지속 발굴하고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는 정부출연연구소(정출연) 자체가 플랫폼이다. 여전히 정출연의 역할과 성과에 비판은 있으나, 이제는 자율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대학과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국책사업을 주도해야 한다.

셋째는 기업이 주도하는 박람회다.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박람회 CES 2018에서 보듯이 세계인을 대상으로 최고의 제품과 최신 서비스를 공개하고, 투자 유치부터 새로운 연구 방향 설정까지 전방위 논의의 장으로 자리매김한다.

넷째는 정부가 주도하는 법·제도·표준 관련 ‘규제 플랫폼’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는 의욕 상실을 넘어 경쟁력을 위협한다. 첨단 과학기술의 양면성은 충분히 공론화를 거치고,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리하며, 기초원천기술 단계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

대학에서는 다양한 씨앗을 발굴하고, 정출연은 될성부른 씨앗을 골라 묘목으로 키우며, 기업은 경쟁력 있는 과실을 수확한다. 정부에서는 건강하고 안전한지 신뢰성을 검증한 후에 세상에 내보낸다. 산학연관(産學硏官)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되 때론 주연과 조연으로, 때론 고객과 심판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필수다. 열매 하나하나를 플랫폼으로 볼 때 네 개의 ‘인프라 플랫폼’과 이들의 선순환은 모든 영역의 플랫폼을 위한 ‘플랫폼 중의 플랫폼’이다.

지금 우리 앞의 산적한 현안을 적기에 해결하지 못하면 게오르규가 ‘25시’에서 설정한 절망의 시간에 가까워진다. 24시 50분과 0시 50분은 둘 다 25시 10분 전으로 같은 시각이지만 하루 차이가 난다. 네 개의 과학기술계 ‘인프라 플랫폼’으로 우리의 현재를 절망의 25시로 가는 24시 50분이 아니라, 새벽을 지나 희망의 아침으로 가는 0시 50분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박갑동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 대외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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