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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반짝 관심은 곤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73호 30면

독자 옴부즈맨 코너

2월 25일자 1면은 김정효 교수의 평창올림픽 관전기인 ‘이상화의 눈물, 컬링 도장깨기 … 경쟁 즐긴 그들 평창 스토리 쓰다’가 장식했다. 기사 중 “아무리 명분과 결과가 좋아도 그것에 이르는 과정이 정당하지 못하면 이의를 제기하고 따져 물어야 한다”는 지적에 특히 공감한다. 그동안 한국사회 저변에 자리잡혀 있는 이른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문화, ‘다수를 위해 네가 이번에는 희생해줘’라는 문화,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조직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박영선 의원의 피니시라인 침범 등의 문제는 소위 이런 특권의식과 갑질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3면 ‘판문점 넘어오는 껄끄러운 손님 김영철…쪼개진 정치권’은 기사 내내 신중함을 유지한 좋은 분석이었다. 쟁점별 문제를 정확하게 짚었고 사실관계를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요약해준 게 눈에 띈다. 그러나 본문 중 “김여정, 김영남도 맞이한 상황에서 김영철을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언급에 대해선 대화도 상대가 원칙과 약속을 지킬 때 효과가 있는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4~5면 ‘봇물 터진 미투 … 문화게릴라에서 괴물이 된 사내’에선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등의 성폭력 관련 문제를 자세히 다뤘다.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앞으로 20년 후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이런 문제가 과연 문화계만의 문제일까.’ 결론은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지금 문제가 된 사건들을 제외하고라도 한국의 소위 가부장적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없이는 지금과 같은 사건들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언론과 사회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8면에는 이번 평창올림픽의 최대 스타로 부상한 컬링 대표팀을 다뤘다. 한국 스포츠의 공통적인 문제는 비인기 종목들이 평소 철저하게 외면받다가 어떤 성과를 이뤘을 때만 ‘반짝’ 관심을 받고는 다시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잊혀져 가는 것이었다. 이제는 생각과 발상을 바꿔서 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를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 생각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대중 체육으로의 전환을 위해 오랜 연구와 노력을 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의 성과를 단순히 일회성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이제 더욱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18면엔 ‘한국 GM 사태로 본 구조조정 문제점’이란 전문가 대담이 실렸다. “정치가 개입하지 말고 시장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기능을 유도하고, 유망 분야에 집중사업을 재편하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과연 정부에서 이를 실행에 제대로 옮길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 언론이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 여론을 만들어 나가기를 부탁한다.

정호빈
서울에 거주하면서 번역 및 광고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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