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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A·B·C 효과 … 3억 회원 휴대폰마다 뜨는 여행정보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세계 2위 온라인 여행사 중국 ‘씨트립’

씨트립 본사의 네트워크 운영센터는 3억명의 회원이 접속해 만들어내는 하루 50TB의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핵심시설이다. [프리랜서 장창관]

씨트립 본사의 네트워크 운영센터는 3억명의 회원이 접속해 만들어내는 하루 50TB의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핵심시설이다. [프리랜서 장창관]

씨트립(C- trip)은 국내에도 이름이 꽤 알려진 중국 최대의 온라인 여행사다.

여행사라기보다 IT 혁신 기업 #전세계 회원 데이터 하루 50TB #벽면 전체 전광판에 실시간 표시 #수요 예측과 실제 주문 일치 #고객이 어디 가서 뭘 하고 싶은지 #인공지능 학습 통해 정확하게 파악 #여행업 진화 이끄는 CEO 쑨제 #총격·지진 등 재난 근처 있는 고객 #안전하게 나올 수 있게 정보 제공

1999년 조그만 여권 업무 대행 업체로 시작한 게 지금은 매출 27억7000만달러(약 3조원·2016년 기준)에 직원수 3만7000명의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 규모로는 미국에 본사를 둔 ‘프라이스 라인’에 이어 전세계 2위다. 중국에서 팔리는 항공권이나 호텔 숙박권의 40% 이상이 씨트립의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다.

하지만 씨트립을 단순히 비행기 표 도매상 쯤으로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취재진이 최근 상하이의 씨트립 본사를 방문했을 때의 소감은 정보기술(IT) 기반의 혁신 기업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상하이의 관문 훙차오(虹橋)공항 인근에 자리잡은 씨트립 본사 사옥 4층에는 직원들이 노크(NOC)라 부르는 네트워크 운영센터(Network Operation Center)가 있다. 외부인에게는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핵심 시설이다.

이 곳에서 빅데이터 경영의 일단을 엿볼수 있었다.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초대형 전광판에는 세계 지도를 바탕으로 항공권, 호텔상품, 패키지상품 등의 주문 상황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운영자가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자 화면이 바뀌더니 날짜 및 시간, 목적지, 고객 연령, 가격 등 입력 조건별로 세분화된 각종 데이터가 쏟아져 나왔다. 그래프와 숫자는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시연을 해 보이던 톈자(田佳)는 “업무에 필요한 모든 통계를 여기서 한 눈에 첵크할 수 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씨트립만의 영업 노하우여서 더 이상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씨트립은 상하이 시내 세 곳에 대용량의 서버가 설치된 빅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서버들에는 전 세계 3억명의 씨트립 회원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하루 50TB씩 축적된다. 이 빅데이터를 통해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호텔이나 항공 좌석 등의 물량을 확보하고 최적화된 방법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최고경영자 쑨제(孫潔)은 “우리는 향후 3개월 동안 고객들이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며 “이는 고객의 검색 기록을 빅데이터 분석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NOC에서 수요 예측 그래프와 실제로 발생한 주문량 그래프를 한 화면에 불러내 보니 곡선 모양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씨트립 (중국명 셰청 携程)

씨트립

씨트립

창사 1999년 / 2003년 나스닥 상장
자본금 240억 달러
매출 26.7억 달러(2016년세계 2위)
직원수 3만7000명
회원수 3억명

축적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학습 기능을 결합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고객별로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니 종전에 비해 씨트립 플랫폼에서 다음 화면을 클릭하는 비율을 13배 증가시켰다. 이 사례는 인공지능 분야의 국제학술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비교적 단순한 예약 업무는 물론, 고객 질문에 답하고 불만을 해결해 주는 상담서비스의 40%는 전화 상담원을 거치기 전에 인공지능 챗봇에 의해 해결되고 있다. 씨트립은 안면인식 기술과 결합한 무인체크인 등 호텔 객실 관리 시스템도 개발해 보급 중이다.

이쯤 되면 상품 판매에만 주력하는 여행사의 영역을 뛰어넘은 셈이다. 씨트립이 연구개발 업무를 전문 IT 업체에 외주를 주지 않고 자체 개발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검색업체 바이두 출신의 부총재 빅터 청은 “씨트립이 쓰는 비용의 40%는 기술 개발에 투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혁신이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 몇몇 특출한 업체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씨트립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CEO 쑨제는 씨트립 성장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주저없이 기술 혁신을 들었다. 그는 지난해 포천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제인’ 5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씨트립의 최고경영자 쑨제

씨트립의 최고경영자 쑨제

씨트립이 20년이 안되는 짧은 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몇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건 기술 혁신을 거듭해 온 것이다. 고객은 원하는데 남들이 하지 못하던 서비스를 찾아내고 기술력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ABC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ABC에 대한 투자가 경영 성과로 이어진 사례를 설명해달라.
“빅데이터 축적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으로 씨트립에 들어가면 초기 화면 디자인은 누구나 비슷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화면에 뜨는 내용은 개인별로 다 다르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기호와 행동 패턴 을 모두 데이터로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어느 고객이 흡연자인지 아닌지, 여행을 갈 때는 아이를 데리고 가는지 그렇지 않은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해서 특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같은 제주도를 가는 사람에게도 차별화해서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무궁무진하다.”
중국 상하이 훙차오 공항 부근에 있는 씨트립 본사 사옥의 모습. 본사에 근무하는 2만여 명의 직원이 24시간 체제로 일하는 이 일대는 ‘씨트립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 태미 요우]

중국 상하이 훙차오 공항 부근에 있는 씨트립 본사 사옥의 모습. 본사에 근무하는 2만여 명의 직원이 24시간 체제로 일하는 이 일대는 ‘씨트립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 태미 요우]

전문 IT 업체에 아웃소싱 하지 않고 자체 개발을 하는 이유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업(業)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우리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외부 업체에 맡기면 우리가 원하지 않은 결과가 돌아오기도 한다.”
기술 개발 이외에 또다른 씨트립의 장점을 든다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전화 상담원도 외주가 아니라 정규 직원에게 맡긴다. 서비스 품질 때문이다. 또하나, 우리는 고객의 안전을 굉장히 중시한다. 가령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이나 동일본 대지진 때 현장 근처에 가 있는 우리 고객들이 있었다. 우리는 이를 다 조사해서 연락을 취하고 안전한 곳으로 빠져 나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 우리는 비행기표를 팔았지만 비행기가 목적지에 내린 뒤에도 우리의 서비스는 계속된다.”
지금까지는 중국인을 주 고객으로 삼아 큰 성공을 거뒀다. 다음 목표는.
“글로벌화다. 중국인들이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 여행을 많이 나가면서 우리에게 사업 기회를 주었다. 앞으로는 중국에 오는 외국인을 우리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2016년 영국의 항공권 판매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 등을 전세계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국 시장에서도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 관광객들로부터 가장 환영받는 여행지는 어디인가.
“일본이다. 첫 해외 여행은 한국으로 많이 가는데, 다음 행선지로는 일본을 많이 가고 재방문 비율도 높다. 일본은 가깝고 안전하고 친절한 게 장점이다. 그건 한국도 비슷한 점인데, 일본은 지역별·계절별로 자연 경관이나 문화가 달라 언제 어디를 가든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는 매력이 있다.”

[S BOX] 저녁놀 사진 보내자, AI가 “산야에 소슬바람 … ” 칠언절구 한시

씨트립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하면 누구나 한시(漢詩)를 쓸 수 있다.

풍광이 뛰어난 곳을 찾은 여행객은 누구나 시심(詩心)에 젖어들게 마련이지만 한시를 짓는 건 별개의 문제다. 이럴 땐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씨트립 플랫폼에 올리면 ‘소시기(小詩機)’란 이름의 인공지능 서비스가 즉석에서 사진에 맞는 한시를 짓고, 사진과 시를 함께 넣은 그림 엽서까지 만들어 파일을 보내 준다. 누구나 이백(李白)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서비스다.

기자가 저녁놀을 촬영한 사진을 올리자 “산야에 소슬 바람 일어나니, 길 떠난지 오랜 나그네 한적함에 젖어드네(風飄獨起山野中 久客應知閑適情)”로 시작되는 칠언절구가 되어 돌아왔다. 편집이 완료된 엽서가 스마트폰 화면에 뜨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초도 되지 않았다. 화상 인식 기술을 사용해 사진에 나오는 장소가 어떤 곳인지, 어떤 환경에서 촬영된 것인지를 인공지능이 판독한 뒤 사전에 입력된 방대한 싯구의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분위기에 맞는 구절을 골라 보내주는 시스템으로 추정된다. 씨트립 관계자는 “유명 관광지를 촬영해 올리면 상황에 들어맞는 한시가 나올 확률이 커진다”고 말했다.

상하이=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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