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책 속으로] 아인슈타인의 일갈 “간결하게 설명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
최정화 지음, 웅진씽크빅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듣기·말하기·읽기·쓰기도 기술 #수준별 지침서 최근 부쩍 늘어 #4차산업혁명 열쇠는 소통 #책에 대한 두려움부터 없애야 #폭넓은 독서가 ‘생각근육’ 키워

책 잘 읽는 방법
김봉진 지음, 북스톤

작가살이
애니 딜러드 지음
이미선 옮김, 공존

결국 소통이다. 국가와 기업의 흥망성쇠도 소통에 달렸다. 소통은 창의력의 가장 중대한 원천이다. 소위 제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둘러싼 소통이 될 것이다. 소통을 분해하면 듣기·말하기·읽기·쓰기다.

듣기·말하기·읽기·쓰기라는 언어의 4대 영역 혹은 스킬(skill)을 다루는 책들이 지난 2~3주간 수십 권이 나왔다. 그중에서 『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 『책 잘 읽는 방법』 『작가살이』를 뽑아봤다. 세 권 모두 초급·중급·고급 중에서 주로 고급 소통자를 위한 책이다. 언어생활의 정점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인용문 활용이다. 세 저자 모두 격언을 ‘폼나게’ 인용할 뿐만 아니라 저자 스스로 수준급 격언 작가(aphorist)다. 세 사람 모두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는 게 페이지마다 묻어난다. 세 작가 모두 소통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의 저자인 한국외대 최정화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회의 통역사다. 최 교수는 김수환 추기경에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까지 국가지도자·최고경영자,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를 헤아릴 수 없이 만났다. 그 결과 최 교수는 ‘품격 있는 말하기’의 ABC를 담은 이 책을 쓸 수 있었다.

최 교수는 소통을 “나와 상대가 같은 ‘정보’와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소통은 누구나 한다. 문제는 효과적인, 즉 결과를 낳는 소통이다. 그 핵심은 간결함이다. 최 교수는 아인슈타인을 인용한다. “간결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간결함과 말의 힘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심플한 메시지가 힘이 있다고 해도 내용의 ‘밀도’가 떨어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10줄의 아이디어를 3줄로 줄여 밀도를 높여야 강력한 메시지가 탄생한다.”

『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는 책 제목에 담긴 메시지는 뭘까.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또 말을 잘하려면 독서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대 다섯 대통령의 통역을 담당한 최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푸틴 대통령을 사로잡았는지 소개한다. 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 “저는 러시아 문학 중에서도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와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라고 했다. 한·러 정상회담이 술술 풀렸다.

소통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말하기는 물론 잘 읽고 쓰는 법을 안내하는 책들이다. 사진은 질문을 하기 위해 치켜든 기자의 손. [사진 셰리 컬런]

소통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말하기는 물론 잘 읽고 쓰는 법을 안내하는 책들이다. 사진은 질문을 하기 위해 치켜든 기자의 손. [사진 셰리 컬런]

노 대통령처럼 말하기를 잘하려면 읽기를 잘해야 한다. 『책 잘 읽는 방법』에 그 비법의 대부분이 담겼다. 얼핏 보면 초급·중급 독서가를 위한 책이다. 하지만 ‘과시적 독서가’로 스스로를 자칭하는 김봉진이 쓴 이 책은 베테랑 애서가도 무릎을 치며 공감할 내용이 구구절절 가득하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만든 기업가인 김씨는 독서를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최상의 수단으로 이해한다.

김씨가 10여 년 전부터 독서에 매진한 이유는 ‘잘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라는 관찰 때문이었다. 독서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일단 폼 나는 말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보는 김씨는 이 책에서 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부터 책에서 읽은 것을 써먹는 법까지 톡톡 튀는 표현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김씨처럼 책을 열심히 읽다 보면 ‘나도 한번 책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독자는 『작가살이』를 고려해 보시라. 저자 애니 딜러드는 1975년 논픽션 분야 퓰리처상 수상자다. 미국에서 30여 년간 글쓰기 분야 스테디셀러다. 글 쓰는 장소부터 글감이나 영감을 얻는 방법까지 나와 있다.

USA 투데이가 “『도덕경』처럼 간략하면서도 강력하다”고 소개한 책이지만 초급·중급 독자에게는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책이다. 『작가살이』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들에 공감이 가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얻는 게 많을 것이다.

- “아무리 적은 양이라 해도 이미 써 놓은 훌륭한 글은 작가에게 희망을 공급한다.”

- "아예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책을 쓰느라 몇 년씩 고생하는 것보다 더 한심한 일이 있을까.”

- "감각의 삶은 탐욕의 삶이다. 감각의 삶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시간은 풍요롭고 그 흐름은 달콤하다. 책을 읽으면서 보내는 하루를 좋은 날이라고 부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보내는 삶은 훌륭한 삶이다.”

-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글을 쓰라.”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