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금리자유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번 금융제도 개편안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제2금융권의 금리와 은행대출금리를 동시에 자유화하겠다는 점이다.
제2금융권 금리는 84년11월의 금리 개편시에 무보증회사채 금리와 콜금리가 자유화되었고 85년10월 CP(신종기업어음) 금리가 자유화되어 명목상 일부 금리가 이미 자유화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은행간 혹은 단자회사간 합의라는 형식을 빌어 간여, 규제해 뫘다.
은행대출금리도 상업어음할인 및 일반대츨이 10∼11.5% 사이의 밴드(Band)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11.5%의 상환금리가 적용되는 것이 상례다.
이번 개편안은 이같은 제2금융권 및 은행의 대출금리를 일거에 트겠다는 것이니 그 정도 만으로도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은행의 대출금리만이라도 자유화하겠다는 결의를 보이게 된 배경에는 82년 이래의 물가안정으로 시장금리와 제도금리와의 격차가 크게 줄고 있고 경상수지흑자기조의 정착으로 전체 자금공급에 여유가 생겼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의 부실기업 정리로 일단 금융기관간에 경쟁체제로 들어갈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예금금리 자유화를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둔 것은 만성적인 자금초과 수요상태에 있는 우리 여건에서 금융기관간 예금유치 경쟁을 벌이는 경우 금리가 얼마나 치솟을지 예측할 수 없는데다 거기에서 파생되는 산업경제상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우려되는 때문이다.
금리는 금융상품의 가격이다. 따라서 금리자유화의 문제는 금융상품의 가격을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며 금융산업에 경쟁원리와 시장기능을 도입하는 문제의 관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리는 다른 상품가격과는 달리 자금의 동원, 배분기능을 통해 한 나라 경제의 틀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며 금리제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가느냐는 바로 정제정책의 기본방향과 직결된다.
정부가 그동안 금리결정을 틀어쥐고 자유화를 유보해 온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개편안이 대출금리의 자유화를 선언했다는 것은 부분적이기는 하나 커다란 결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대출금리 밴드제 아래서도 실제 적용되는 금리는 가장 높은 11.5%다. 그나마 자금을 쓸 수가 없어 17.5%짜리 상호신용금고 대출이나 14.5%짜리 신용협동조합 자금을 쓰는 기업이나 개인이 적지 않다.
단자회사가 우량기업에 적용할 CP금리도 일반대출금리의 상한을 1%이상 넘는 12.55%에 달하고 있다.
국제수지 흑자로 국내자금에 여유가 생겼다고는 하나 자금에 대한 초과수요가 만성화돼 있는 우리 여건에서 대출금리를 자유화하는 것은 금리의 상승을 의미한다.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우나 어쨌든 돈을 빌어 쓰는 기업의 금융부담을 가중시킬 것은 틀림없다고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은행이 우량기업과 담보능력 등이 미약한 중소기업 등에 차등금리를 적용하는 경우 중소기업이 자금을 얻어쓰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차례가 돌아온다 해도 대기업보다 비싼 금리를 지불하게 되어 허약한 기업이 더 무거운 금융비용 부담으로 더욱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문제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게된다.
이같은 상황에 대비, 정부는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에 대해서는 정책금융 지원을 지속하고 금리간의 형평성을 모색하기 위해 프라임레이트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프라임레이트란 은행이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차등 금리를 적용하는 것.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상업은행(시중은행)이 가장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에 단기자금을 무담보로 대출할 때 적용하는 우대금리를 말한다.
정부는 대출금리 자유화와 함께 한때 미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프라임레이트 제도를 도입하되 금리결정을 시중은행에만 맡기지 않고 한은 재할 금리에 최소한의 비용만 얹어 우대금리 수준을 결정토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프라임레이트 제도의 도입이 최소한의 기준은 될 수 있어도 담보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금리부담 가중을 덜어줄 수는 없을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정책금융지원 문제는 정책금융 자체가 경쟁원리와 시장기능에 의한 은행의 자율경영에 저촉될 뿐만 아니라 정책금융으로 중소기업이나 농어촌 부문의 자금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느냐도 의문이다.
정부는 최근 대출금리 밴드제의 상하한 폭을 확대, 자유화 폭을 다소라도 넓혀 보려했으나 결과적으로 대출금리의 인상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점 때문에 실시를 미루었었다.
이같은 여건에서 이번 대출금리의 전면자유화를 들고 나왔다는 것은 금융자율화에 대한 의지와 결단으로서 평가를 받을만한 일임에는 틀림없으나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부담 가중 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제도적 보완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신성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