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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 소총 들고 교회서 합동결혼 … 문형진이 주례, 미 지역사회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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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생추어리 교회에서 28일 열린 합동결혼식의 참가자들이 소총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생추어리 교회에서 28일 열린 합동결혼식의 참가자들이 소총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파운드랜드에 있는 교회인 ‘세계평화통일안식처(생추어리 교회)’. 이곳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왕관을 쓰고 하얀색 드레스를 입은 수백 명의 사람들의 손에는 소총이 들려 있었다. 통일교 문선명 전 총재의 막내 아들 문형진(38)씨가 세운 이 교회는 뉴욕에서 서쪽으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다. 한국에서 온 170여 명의 신도를 포함해 6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결혼식은 지역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교회가 예식 참석자들에게 총기 휴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교회측 “모든 총기 장전 안 해 안전” #인근 초등학교 휴교, 주민들 항의

교회 측은 ‘참아버지(문선명)’의 후계자이자 ‘두 번째 왕’인 문형진 목사가 주례한다면서 이날 예식 참가 부부들에게 “쇠막대(rod of iron)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성경 시편(2장9절) 등에서 ‘만국을 다스리는 무기’로 등장하는 쇠막대가 총기를 의미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교회 측은 특히 ‘AR-15’ 소총류로 특정했다. 최근 플로리다주 고등학교에서 17명이 사망한 총격사건에 사용된 것과 같은 총기다. 지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교회 인근 초등학교는 안전을 우려해 휴교했고, 피켓을 든 주민 20여 명은 “부끄러운 줄 알라” “총기 숭배 반대” 등을 외쳤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합동결혼식에서 여성들은 모두 하얀색 드레스를 차려 입었고, 남성은 검은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맸다. 참석자는 머리에 왕관을 썼다. 일부 참석자들은 실제 총을 들고 있었다. 총알로 장식한 왕관을 머리에 쓴 사람도 있었다. ‘AR 소총 소지자 전용’이란 안내문이 붙은 좌석도 마련돼 있었다.

교회 측에 따르면 합법적인 총기 면허 소지자 100여 명이 총기를 휴대한 채 예식에 참석했다. 교회 관계자는 “모든 총기는 장전되지 않은 채 식장에 반입됐다”며 “예식 중 손에 들고만 있어 안전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회 측 인사인 티모시 엘더 세계선교본부장은 “선한 사람에게 총기가 주어지면 사회를 지킬 수 있는 도구가 된다”며 “총기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문형진씨는 중앙일보의 인터뷰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2012년 문 전 총재 사후 문형진씨는 통일교 지도자로 낙점됐지만, 2015년 교권을 박탈당했다. 이후 문씨는 미국으로 건너가 통일교 2대 총재임을 주장하며 생추어리 교회를 세웠다.

뉴파운드랜드=서한서 뉴욕지사 기자 seo.hanse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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