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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 놓고 충돌…"불법“ vs ”제지 권한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마포구 구민들이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이 학교 측 관계자들에 의해 설립 예정지였던 홍익대 앞 공원으로의 접근을 제지 받고 있다. [뉴스1]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마포구 구민들이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이 학교 측 관계자들에 의해 설립 예정지였던 홍익대 앞 공원으로의 접근을 제지 받고 있다. [뉴스1]

3.1절 전날인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공원에선 실랑이가 벌어졌다. ‘일본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려는 측과 이를 막는 홍익대 측의 움직임 때문이다.

뉴스1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서울시 마포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는 홍익대 앞 공원을 찾았지만, 학교 측 관계자들에 의해 소녀상 설치를 제지당했다. 추진위는 내일 오후 3시 예정된 제막식을 정상적으로 치르기 위해 소녀상 설치를 계속해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홍익대 측은 이날 오전부터 대형화분과 교직원들의 승용차를 이용해 소녀상이 설치될 예정 부지에 대한 차량 접근을 막았다. 홍익대 관계자는 "소녀상 설치 취지에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마포구청에서 3월 9일까지 주민 동의를 받으라고 지시했으므로 현재 소녀상 설치를 강행하는 것은 불법이다"라고 밝혔다.

학교 측이 소녀상 설치를 막아서자 추진위 측에서 "설치 부지는 국유지이므로 학교가 이를 제지할 권한이 없으며 오히려 홍익대가 국유지에 차들을 주차시키고 화분을 설치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소녀상 건립을 두고 양측의 의견 대립을 보이면서 서로 언쟁이 오갔고 반말과 고성이 이어지며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추진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봉수 마포구 의원은 뉴스1에 "소녀상 건립을 함께 했던 구민들과 청소년들이 3·1절에 맞춰 제막식을 여는 것을 원하고 있어 불법의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강행하게 됐다"라며 "불법이라고 할지라도 홍익대가 이를 막아설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마포구 구민들이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이 학교 측 관계자들에 의해 설립 예정지였던 홍익대 앞 공원으로의 접근을 제지 받고 있다. [뉴스1]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마포구 구민들이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이 학교 측 관계자들에 의해 설립 예정지였던 홍익대 앞 공원으로의 접근을 제지 받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또 다른 홍익대 관계자는 뉴스1에 "애초 마포구 상암동 일본군 관사터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소녀상을 굳이 학교 앞에 세워야 할 이유를 알 수 없다"라며 "소녀상이 세워지면 마치 외부에 홍익대가 친일 행위를 한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홍익대 측은 지난 26일 마포구청에 “대학 구성원 및 입주업체는 전혀 합의가 이뤄진 바 없는 불법적인 조형물 설치에 대해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했다.

홍익대가 제출한 의견서에는 “대학의 정문에 특정 국가의 국민들이 거부감을 표하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대학의 국제화 노력과 그 결과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행위”라며 “일본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조형물을 대학의 정문에 설치하고 일본에 교류를 제안하는 것은 우리 대학의 양식과 신뢰성에 대한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28일 오후 6시 50분쯤 소녀상이 실렸을 것으로 보이는 트럭이 교문 앞에 나타나자 학교 측 관계자들 급하게 접근해 트럭에 실려있는 화물을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트럭에 실려 있는 것은 다른 미술품이었고 트럭운전자는 "왜 이러냐"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마포구 구민들이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이 학교 측 관계자들에 의해 설립 예정지였던 홍익대 앞 공원으로의 접근을 제지 받고 있다. [뉴스1]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마포구 구민들이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이 학교 측 관계자들에 의해 설립 예정지였던 홍익대 앞 공원으로의 접근을 제지 받고 있다. [뉴스1]

오후 7시 10분쯤 진짜 소녀상을 실은 1톤 트럭이 홍익대 교문 앞에 나타나자 역시 10여명의 홍익대 관계자들이 몸으로 트럭을 막아 세웠고 트럭에 실린 소녀상은 10여분 정도 비를 맞으며 홍익대 정문을 바라보고 멈춰 서 있어야 했다.

홍익대 관계자들은 "이봉수 의원님 적법하게 동상을 설치하십시오"라고 외쳤고 이 구의원 측은 휴대폰으로 실시간 SNS 방송을 하며 "홍익대가 소녀상 건립을 막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강경한 저지에 추진위 측은 일단 설치를 잠정 연기하고 소녀상이 실려있는 트럭을 학교 정문 앞에서 빼냈다. 이 구의원은 "다시 소녀상 설치를 시도할 것이며 어떻게 해서든 내일 오후 3시 계획된 동상 제막식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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