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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에 2개부터 7개까지? '대동붕어빵여지도'로 본 서울 붕어빵 가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 4명에게 붕어빵 가격을 물어본 결과 3명의 답변은 "3개 1000원"으로 동일했다. 이대역 인근에서 붕어빵 3개를 1000원에 판매하는 점포. 박해리 기자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 4명에게 붕어빵 가격을 물어본 결과 3명의 답변은 "3개 1000원"으로 동일했다. 이대역 인근에서 붕어빵 3개를 1000원에 판매하는 점포. 박해리 기자

겨울의 끝자락에 서 있는 2월의 마지막 날. 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붕어빵. 이제는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붕어빵은 여전히 향수를 자극하는 겨울 대표 서민 간식이다.

겨울 대표 서민 간식 붕어빵 #지금 아니면 또 1년 기다려야 #붕어빵 점포 찾기 힘들어지자 #네티즌들 오픈 맵 활용해 #대동붕어빵여지도 제작 #위치·가격 정보 함께 공유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붕어빵을 찾아 헤매다 지친 네티즌들은 머리를 맞댔다. 각자가 알고 있는 동네 붕어빵 가게의 정보를 오픈맵 시스템을 활용해 구글 지도에 기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대동붕어빵여지도’다.

‘대동붕어빵여지도'는 네티즌들이 각자가 알고 있는 동네 붕어빵 가게의 정보를 오픈맵 시스템을 활용해 구글 지도에 기입해 만들었다. 대동붕어빵여지도 캡처

‘대동붕어빵여지도'는 네티즌들이 각자가 알고 있는 동네 붕어빵 가게의 정보를 오픈맵 시스템을 활용해 구글 지도에 기입해 만들었다. 대동붕어빵여지도 캡처

조선시대 김정호가 직접 산 넘고 물 건너며 그렸던 대동여지도에서 이름을 따온 대동붕어빵여지도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위치와 정보를 공유하며 완성됐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 8도를 카테고리로 나눴으며 개점시간, 폐점시간, 맛 종류, 카드결제 여부까지 세세한 정보가 모였다.

지도를 살펴보면 유독 가격 정보가 눈에 띈다.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붕어빵 개수는 동네별로 제각각이다. 같은 서울에서도 가격은 왜 천차만별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도에 나온 붕어빵 점포들을 직접 찾았다.
▶대동붕어빵여지도 보러가기

“붕어빵 가격은 1000원에 3개 아니에요?”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 4명에게 물어본 결과 3명의 답변은 동일했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시세대로 붕어빵을 판매 중인 점포를 찾아 이대역으로 향했다. 이대역 1번 출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 A씨는 “요즘 2개 1000원 파는 곳도 많지만 학생들이 많은 곳에서는 하나라도 더 줘야 장사가 된다”며 가격 책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3개 1000원 팔다 2개 팔면 손님이 뚝 끊긴다”며 가격 인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존 붕어빵보다 가로 길이가 절반인 미니 붕어빵으로 상인들은 재료비 절감에 나섰다. 홍대 어울마당로 인근 노점에서 파는 미니붕어빵. 박해리 기자

기존 붕어빵보다 가로 길이가 절반인 미니 붕어빵으로 상인들은 재료비 절감에 나섰다. 홍대 어울마당로 인근 노점에서 파는 미니붕어빵. 박해리 기자

가격을 올리거나 개수를 줄일 수 없는 상인들은 묘수를 썼다. 바로 미니 붕어빵이다. 기존 붕어빵보다 가로 길이가 절반인 미니 붕어빵을 팔면 재료비를 절감 하면서도 일정 개수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미니 붕어빵의 가격도 제각각이다. 홍대 어울마당로 인근 미니 잉어빵은 7개 2000원이다. 반면 혜화 성균관대사거리에 위치한 노점은 7개 1000원, 15개에 2000원에 판매한다.

붕어빵 가격도 동네별로 제각각이다. 방배동에서는 붕어빵을 2개에 1000원에 판매한다. 박해리 기자

붕어빵 가격도 동네별로 제각각이다. 방배동에서는 붕어빵을 2개에 1000원에 판매한다. 박해리 기자

물가가 비싼 강남 쪽은 붕어빵 가격도 더 비쌀까?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이나 신사역 인근의 붕어빵 점포는 대동붕어빵여지도에서 찾기 힘들다. 노점 위치를 표시한 동그라미 개수가 강북의 다른 지역에 비해 적다. 방배동에 위치한 한 노점은 잉어빵 2개를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서울 내 가장 비싼 가격이지만 상인 B씨는 “이렇게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문래동성당 인근 붕어빵. 1000원에 7개로 서울 내 가장 저렴하다. 박해리 기자

문래동성당 인근 붕어빵. 1000원에 7개로 서울 내 가장 저렴하다. 박해리 기자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붕어빵을 팔고 있는 문래동성당 인근 노점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박해리 기자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붕어빵을 팔고 있는 문래동성당 인근 노점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박해리 기자

가장 저렴한 곳은 어디일까? 대동붕어빵여지도에 따르면 문래동에 위치한 노점이 7개 1000원으로 서울 내 가장 싼 가격에 붕어빵을 판매한다. 문래동성당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 C씨는 “이곳은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붕어빵 수요가 많다”며 10년째 같은 가격을 유지하는 비결로 박리다매가 가능한 풍부한 수요를 꼽았다.

실제로 붕어빵을 사먹으려고 4명 이상의 손님이 꾸준히 줄 섰다. 끊이지 않는 손님 덕에 붕어빵을 쉬지 않고 구워도 줄은 줄지 않았다. 붕어빵 3000원 어치를 주문한 한 손님은 “여기 진열된 붕어빵 한 줄(21개)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사도 3000원”이라며 “성당에서 어른들과 나눠 먹으려고 자주 사먹는다”고 말했다. 그 외에 고대구로병원 인근, 신길역 인근 점포에서도 1000원에 붕어빵 7개를 판매한다.

한인 밀집 지역인 뉴욕 플러싱에 있는 H마트 유니온지점 내에는 작은 붕어빵 가게가 있다. 종류는 팥, 크림, 초콜렛이며 가격 5개 6달러(한화 6,441원)로 모두 동일하다. 뉴욕 중앙일보 김지은 기자

한인 밀집 지역인 뉴욕 플러싱에 있는 H마트 유니온지점 내에는 작은 붕어빵 가게가 있다. 종류는 팥, 크림, 초콜렛이며 가격 5개 6달러(한화 6,441원)로 모두 동일하다. 뉴욕 중앙일보 김지은 기자

서울 시내에서는 점점 사라지는 붕어빵이지만 의외로 태평양 건너 미국 뉴욕에도 진출해 있다. 뉴욕 내 한인 밀집 거주지 플러싱에 위치한 H마트 유니온지점에는 5개 6달러(한화 6,441원)로 붕어빵을 판매한다. 맨하튼 동쪽에 위치한 플러싱은 맨하튼에 비해 연령대가 높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플러싱에 거주하는 김소연 씨는 “장보러 나올 때 마다 사먹는 편인데 한국 떠난지 오래된 어머님이 특히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H마트 외에도 플러싱 한양마트, 노던블러드바의 코코호도에서도 즉석에서 굽는 붕어빵을 판매하고 있다.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해 타국에서도 찾는 특별한 음식이지만 젊은 층은 점점 붕어빵을 외면하고 있다. 홍대에서 만난 대학생 김진원 씨는 “요즘은 붕어빵이 아니라도 맛있는 간식들이 너무 많아서 찾지 않게 된다”며 “길거리 음식으로 핫도그나 타코야끼를 주로 사먹는다”고 말했다.

다양한 길거리 음식 등장에 붕어빵도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효창공원 인근에서 파는 매콤 붕어빵에는 팥 대신 김치와 당면이 들어있다. 박해리 기자

다양한 길거리 음식 등장에 붕어빵도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효창공원 인근에서 파는 매콤 붕어빵에는 팥 대신 김치와 당면이 들어있다. 박해리 기자

날씨가 추울때는 반죽이 얼어서 붕어빵 장사를 할 수 없다. 이대역 인근 붕어빵 노점. 박해리 기자

날씨가 추울때는 반죽이 얼어서 붕어빵 장사를 할 수 없다. 이대역 인근 붕어빵 노점. 박해리 기자

다음 겨울에도 붕어빵을 볼 수 있을까? 이대 앞 상인 A씨는 “겨울 한철 장사인데 너무 추우면 반죽이 얼고 길가는 손님도 없어 장사를 못한다”며 “다음 겨울도 이번만큼 춥다면 힘들어서 더 이상 장사 못할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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