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씨의 정국 운영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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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야권 3김씨의 3자 회담은 3개 야당간의 협력에 의한 정국의 주도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3자 회담은 양심범의 석방, 광주사태와 제5공화국의 비리 등에 대한 국회의 국정 조사, 각종 악법의 개폐 등 지금까지 야당들이 주장해온 각종 민주화 조치와 국정개혁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정부·여당에 대해서는 3야당 연합에 의한 원내 다수석을 내세워 정 국 주도권이 야 측에 있음을 노골적으로 시사했다.
3자 회담의 이같은 결정은 앞으로의 정국운영 구조를 짐작케 한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4·26총선 결과가 야당에 다수석을 준 것은 보다 과감한 민주화와 국정 개혁의 추진을 바라는 국민의사의 반영이라고 볼 때 3개 야당이 민주화 추진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3군 회담이 결정한 양심범의 석방이나 광주사태의 진상 조사 등은 야당들의 공통된 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새 국회의 임기 초에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야당들로서는 당연한 수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당 역시 이런 3자 회담의 결정을 단순히 다수석을 가진 야당연합의 요구라는 차원에서만 볼게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기본 인식을 갖고 가급적 최대한 수용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다수파가 그런 결론을 내렸으니 여야가 대화, 타협해 볼 필요도 없이 이미 그렇게 결정된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있다면 그것은 곤란하다. 3개 야당은 여당이 반대하더라도 다수석으로 밀어붙이면 관철할 수는 있겠지만 4·26총선 결과로 나타난 또 하나의 국민 요구라 할 대화와 타협의 정치방식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3자의 합의사항을 여당과 진지하고 성의있게 타협하고 절충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더우기 다루는 문제는 어느 것 하나 중대하고 민감하지 않은게 없다. 여야간 의견이 심각하게 엇갈리는 여러 가지 쟁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자칫하면 여야 대립과 정국 긴장을 불러올지도 모르며 정국이 그런 방향으로 간다면 그것은 국민의 뜻이 아닐 것이다. 그런 만큼 야당들은 과감한 민주화를 위해 결속하되 그 성취를 위한 방법론에 있어 대화와 타협의 원숙한 정치력의 발휘가 요망되는 것이다.
3자 회담이 내놓은 공동성명의 내용을 보면 오늘의 야당은 확실히 종전의 야당이 아니다. 다수파로서의 자신감이 짙게 깔려있다. 그렇지만 소수파의 설움과 다수파의 횡포를 그토록 역세하던「어제」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주화 추진의 단호한 의지표명은 좋지만 공동 성명의 여러 대목에서 다소 고압적인 강경 자세를 읽을 수 있다. 여야가 협의로 결정할 개원국회와 첫 임시국회의 운영문제 등도 그렇고, 노 대통령과의 회담을「24일 오전」으로 못박아 제의한 것도「아」다르고「어」다르다는 말을 생각케 하는 것이다. 더우기 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민정당 대표의 참석을 배제키로 함으로써 회담의 성사여부를 불투명하게 한 것은 대화의 내용보다 격을 더 중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여겨지는 대목이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3김씨가 다같이 국회의원으로, 당 총재로 의사당에서 공식 회담을 가진 것은 정말 감회 깊은 일이다. 이들이 80년 당시와는 달리 민주화 추진에 일단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보고 이들이 앞으로 어떤 정치를 펼칠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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